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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료소송, 소장 내고 1심 판결까지 '22.7개월'...해마다 길어진다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5 15:51

수정 2022.10.05 15:51

2017년 '19.9개월'→2021년 '22.7개월'
전체 민사사건 기간과 비교해도 4배 차
"문서제출명령 제도보완 등 제도 개선"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기준 의료분쟁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1심 판결을 받기까지 평균 22.7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상태와 당시 진료 과실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감정(鑑定) 절차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 해가 갈수록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소송, 1심 판결받기까지 '22.7개월'
5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의료분쟁 관련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을 받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2.7개월로 나타났다. 의료 소송 소장을 낸 뒤 2년 가까이 기다려야 1심 판결문을 받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기간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까지만 해도 1심 판결을 받기까지 19.9개월이 걸렸는데, 2018년에는 20.4개월, 2019년에는 22.3개월, 2020년에는 22.9개월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전체 민사소송 1심 판결에 걸리는 기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긴 기간이다. 대법원이 발간한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합의부·단독·소액 사건 등을 포함한 전체 민사소송 1심 판결까지 걸리는 기간은 174.4일로 약 6개월이다. 의료소송 1심 판결까지의 기간은 단독·소액 사건을 제외한 민사합의부 사건 1심 판결까지 걸리는 기간(364.1일)과 비교해도 2배가량 길다.

■코로나19 영향에 감정절차는 '하세월'
법조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감정 절차 지연 등이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의료분쟁 관련 소송 판결이 갈수록 늦어진다고 보고 있다. 환자 치료가 우선인 의료기관에서는 감정 업무 자체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최근 의료소송 건수 자체가 늘어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환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의료 소송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여기에 최근 감정을 엄격하게 하는 분위기 속에 감정 촉탁도 늘면서 거절 건수 역시 같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 감정의 특수성 역시 의료 소송이 길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의료 전문 변호사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 변호사는 "건축, 환경 분야 등 다른 전문 분야 소송에서도 감정이 이뤄지지만, 유독 의료 소송에서는 환자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의사가 감정을 맡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적했다. 감정을 통해 동료 의사를 탄핵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다 보니 감정서를 애매모호하게 작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 기간이 길어지는 사이 환자인 원고들은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한 성형외과에서 가슴 부위에 필러를 넣는 가슴 확대 시술을 받은 A씨는 "시술 부작용을 배상하라"며 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4000여만원 배상' 1심 판결을 받기까지 꼬박 2년 3개월이 걸렸다. A씨 신체를 감정한 의사는 감정 당시인 2021년 10월 "3년간 종괴 절제술 등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으나, 1심 판결은 올 7월에야 나왔다.

■"재판 속도 높이는 다양한 방안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을 통해 의료소송 재판 속도를 높이는 한편, 까지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대법원은 재판 지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실시한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한 법관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서 제출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제출 거부 사유 범위를 축소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문서제출명령 개편'에는 응답자 285명 중 86.2%가 찬성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되는 진료기록에 대해 법원에서 제출 명령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문서제출명령 범위를 넓혀서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재량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 절차의 신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감정기관에 신속한 감정을 촉구하는 등 보다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변호사는 "재판 절차의 신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감정기관에 신속한 감정을 촉구하고, 감정인을 소환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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