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인사천문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5 18:18

수정 2022.10.05 18:18

[fn광장] 인사천문회
여전히 인사는 만사다. 인사는 잘하는 것보다 잘못된 인사를 안 하는 것이 요체다. 18세기 미합중국 헌법제정회의 때도 잘된 인사보다 '잘못된 임용'(appointment of unfit characters)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백첩 보약으로 가꾼 인체가 한 알 독으로 망가지기 때문이다.

문제아 기용 따위뿐만 아니라 문제 있는 인사절차도 잘못된 인사다. 한국 정부 인사의 제일 낭비적 문제절차가 인사청문회다.
청문회 원조 미국에서는 그 범위와 절차를 감축해 온 지 오래다.

청문회는 들을 청(聽) 들을 문(聞), '듣는' 회의다. 문제를 주고, 답을 듣는 자리다. 인사청문회를 미국에서는 '인준청문회'(confirmation hearing)라고 한다. 인사를 '컨펌'해 주기 위해 '듣는(hearing)' 기회인 것이다. 미국헌법은 대통령 인사에 대한 이 컨펌을 '권고와 동의'(advice and consent)로 규정하되, 그 권한을 '의회(Congress)'에 부여하지 않았다. 오직 '상원(Senate)'이 전담하고 하원은 관여하지 않는다. '집행부에 대한 입법부 우위'가 되면 권력분립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상원은 주 크기에 관계없이 2명씩 선출되어 미국 가치와 민심을 대표하는 명사(名士) 집단이므로 그 인준을 받게 한 것이다. 실제 대법관 청문에 관심 있고 집행부 멤버들은 쉽게 통과된다. 대법관은 종신직에다 판례를 통해 사실상 법을 만들지만 장관은 기껏 3~4년짜리 집행 보좌관이기 때문이다.

이 인준청문회가 한국에서는 '입법부'에 의한, '묻는' 회의로 변용되었다. 금세기 초, 헌법 근거 없이 장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생긴 까닭은 검증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검증 부적격자의 임명을 강행하여 시끄러워지자 엉뚱하게 인사의 국회 세탁이란 기형적 발상이 나온 것이다. 그것이 소리치고 욕 듣는 인사욕문회, 그래서 천박스럽기까지 한 인사천문회(賤聞會)가 되어버렸다.

이 '인사천문회'는 속히 개선돼야 한다. 첫째, 불소급 원칙이다. 중책불벌(衆責不罰)이라 했다. 모두에게 책임 있는 것은 벌할 수 없다. 과거에 보편적으로 용인되던 것을 현재의 잣대로 소급 재단하고 공격까지 하는 풍경은 수준 미달이다.

둘째, 인신공격·호통을 금지해야 한다. 면접관이 수험생에게 소리치는가? 점수로 평가하면 될 일이다. 또 면접관이 왜 말이 더 많은가? 청문은 듣고 평가하는 것이다.

셋째, 정부와 국회 간 역할중복을 방지해야 한다. 후보자의 기본자질 검증은 대통령 측에 일임하되 국회는 그 정확성에 관한 '상위 검증'(meta vetting process)만 해야 한다.

넷째, '개인정보' 보호다. 현직자 추궁 시에도 프라이버시는 보호된다. 하물며 임용 전 후보자 등에 대해서야. 현행 비공개 청구권(인사청문회법 제15조)을 활성화해야 한다. 끝으로, 깔끔한 근본 해결책이 있다. 헌법에 없는 장관 등에 관한 인사청문회는 폐지하는 것이다. 위헌 소지조차 있기 때문이다.
권한 축소 따위를 염두에 두는 한 발전은 없다. 진짜 대승적 결단을 해야 가능하다.
앞으로도 인사는 만사다.

■약력 △67세 △영국 엑시터대 행정학 석사 △경희대 행정학 박사 △행정안전부 인사실장 △개인정보보호위 상임위원(차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