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이상철 기자 =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직접 '손편지'를 작성하며 후배들을 향해 진심 어린 애정을 드러냈다.
2001년 프로 데뷔 후 한국 야구 최고의 타자로 자리매김한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2021년 1월 롯데와 2년 계약을 체결한 이대호는 계약 만료 후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전준우 등 후배들이 "1년만 더 같이 뛰자"고 설득했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대호는 엄격한 선배였지만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세심한 선배이기도 했다.
그런 이대호의 후배들을 향한 애정이 잘 드러난 것은 손편지였다. 롯데는 이대호의 은퇴 경기에서 이닝 교대 시간마다 전광판을 통해 이대호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이대호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후계자 중 1명으로 지목한 한동희에게 "조카 동희야. 삼촌은 떠나지만 롯데 팬들의 영웅이 되어 줘"라고 당부했다.
2018년 롯데에 입단할 때부터 '포스트 이대호'로 평가 받았던 한동희는 올 시즌 데뷔 첫 3할 타율(0.307)을 기록하면서 14홈런과 65타점을 올려 롯데의 중심 타자로 성장했다. 4월에는 맹타를 휘두르며 KBO리그 월간 최우수선수(MVP)를 받기도 했다.
이대호 은퇴 경기에서 꼭 승리를 선물하겠다고 다짐한 한동희는 2회말 동점 솔로포를 날리며 롯데의 3-2 승리에 일조했다.
한동희는 이대호의 편지에 "함께 보낸 5년이라는 시간이 더 짧게 지나간 거 같다. 이제 더는 같이 뛰지 못하지만 (함께 야구를 해서) 영광이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항상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대호는 또 다른 후계자로 점찍은 김민수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대호는 "민수야. 조금만 더 진지하게 야구에 집중하자. 충분히 형처럼 될 수 있어"라고 독려했다.
2017년 롯데에 입단한 김민수는 올 시즌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7, 11타점, 9득점을 기록하는 등 아직 잠재력을 다 끌어내지 못했다.
또 '안경 에이스' 박세웅에게는 "우리나라 우완 투수 중에 네가 1등이다. 너 자신을 더 믿을 때 넌 20승 투수가 된다"고 응원했다.
이대호는 더 잘하라는 마음에 후배들에게 따끔한 일침도 남겼다.
이학주에게는 "아픈 손가락 학주야. 진심으로 야구를 해야 한다"라는 말을, 최준용에게는 "야구를 잘하면 더 빛난다. 야구에 더 집중하자"는 말을 했다. 또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김진욱을 향해서는 "진욱아.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이라고 주문했다.
이대호는 절친한 후배 정훈과 작별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내 동생 훈아. 형이 먼저 팀을 떠나 미안해. 너와 야구장에서 함께 했던 시간을 평생 기억할게"라며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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