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8초면 아빠에서 할머니로 변신… 관객 웃음 빵빵 터트리는 이 남자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0 17:59

수정 2022.10.10 17:59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배우 양준모
선굵은 역할 벗어나 첫 여장 도전
코미디감각 익히기 위해 '개그맨 특훈'
"배우가 즐거우니 어른아이 모두 웃어"
윤여정룩·청국장 등 K유머도 한몫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샘컴퍼니 제공
8초면 아빠에서 할머니로 변신… 관객 웃음 빵빵 터트리는 이 남자
8초면 아빠에서 할머니로 변신… 관객 웃음 빵빵 터트리는 이 남자
"딱히 체중조절을 한 건 아닌데, 한 10㎏ 빠졌네요. 그래도 객석 웃음소리에 즐겁습니다. " 뮤지컬 '다웃파이어'에서 아내에게 이혼당한 철부지 아빠 다니엘은 금쪽같은 세 아이를 만나기 위해 가정부 '다웃파이어'로 변장하고, 아내의 집에 취직한다. 임창정, 정성화와 함께 다니엘·다웃파이어를 연기 중인 양준모는 공연 도중 무려 18번이나 다웃파이어로 변신한다. 가발·마스크·특수분장 슈트까지 '퀵 체인지'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8초. 여기에 춤과 노래까지 그야말로 숨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즐거울 수 없다.

■브로드웨이서 성공한 따끈따끈한 신작

1993년 개봉한 동명 영화가 원작인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다니엘이 아이들을 위해 유모 다웃파이어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2020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리에 초연한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해외 첫 라이선스 공연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번 초연은 무대, 의상, 안무, 대사 등을 현지에 맞게 각색하는 '논 레플리카' 방식을 택하여 원작의 감동과 재미를 살리면서 한국 관객의 취향도 저격했다.

지난 20년간 '영웅'의 안중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등 선 굵은 역할을 도맡아온 양준모는 이번에 첫 여장에 도전했다. 그는 "스타킹도 처음 신어봤다"고 했다. "제가 춤이나 코미디 장르와 잘 어울리는 배우는 아니잖아요. 김문정 음악감독님과 함께 한 '이블데드' 초연 이후 사람들을 웃기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만약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만 하는 작품이었다면, 자신의 결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본을 읽고 용기를 냈다. "훌륭한 대본 덕에 배우들이 억지로 극을 끌고 갈 필요가 없죠. 관객과 호흡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작품이고, 누구나 공감할 가족이야기에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외향적인 성격의 다니엘을 연기하기도 쉽지 않았다.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그는 "나와 성격이 완전 딴판"이라며 "정성화 형이 후배 개그맨을 소개해줘 코미디 감각을 익혔고, 지금은 공연 전에 다른 배우들과 대사를 맞추면서 텐션을 올린다"고 말했다. "춤은, 제작사 대표님이 시끄럽다고 할 정도로 탭 슈즈를 신고 연습했죠. 여장은, 변장이라고 생각했어요. 겉모습은 다웃파이어나 속은 다니엘이니까, 다니엘의 연장선상에서 다웃파이어를 연기합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나 다웃파이어의 변신술에 영상 기술 그리고 춤과 노래로 무장한 쇼뮤지컬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 매 장면이 흥겹고 볼거리가 다채롭다. 여기에 다니엘과 이혼한 아내 미란다의 내면과 부녀 간의 갈등과 화해가 밀도 있게 그려지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도 자아낸다. 한국 관객 맞춤형 유머코드도 창작해 이른바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다. 특수분장사 프랭크는 동생 다니엘에게 '오스카의 윤여정 룩'을 제안하는가 하면, 다웃파이어는 '청국장 냄새가 난다'고 직언하는 아이에게 "커서 국회의원 같은 건 되지 마라"며 풍자 섞인 농담도 던진다. 유튜브를 통해 백종원에게 요리를 배운다거나 배우들이 자신의 대표작을 패러디하는 장면으로 깨알 웃음도 자아낸다. 양준모는 극중 '지킬 앤 하이드'를 오마주했다.

■"배우도 스태프도 모두 즐거워하는 작품"

"다웃파이어로 변신 후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 웃음이 빵 터진다" "지루할 틈이 없이 유쾌하고 신난다" 등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양준모는 "배우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이 진심으로 즐기다보니 그 기운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며 "궁금한 게 생기면 24시간 연락하라는 ('데드풀' '스파이더맨' 등에 참여했던 황석희) 번역가부터 커튼콜 할 때 신나서 들썩이는 스포트라이트 팀까지 모두가 하나돼 이 작품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첫 공연은 배우들이 연습의 연장선상에서 관람합니다. 모니터를 하는 거죠. 근데 이 작품은 아역까지 다 관객의 마음으로 공연을 즐겼어요. 관객들이 공연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느껴집니다. 평소 뮤지컬에 관심 없던 지인도 이 작품을 얘기할 정도죠."

특히 다웃파이어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극중 모든 이가 다웃파이에에 마음을 열듯 관객 역시 다웃파이어를 사랑하게 된다. 양준모는 다웃파이어의 매력으로 "공감 능력"을 꼽았다. "미란다도, 애들도, 미란다의 남친까지도 다 마음을 열죠. 그건 다니엘이 정말 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 덕분인 것 같아요. 절박함이 그를 노력하게 만든 것 같아요."

올 상반기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 이어 '웃는 남자' 출연 그리고 제작 작품 '포미니츠' 재연까지 양준모는 연기부터 제작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식지 않은 열정의 원동력으로 "스스로 즐기기"를 꼽았다. 그는 "즐기면서 돈을 버니까 이처럼 행복한 사람은 없다"며 "자신이 즐기지 않으면 남의 인생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선보일 신작 뮤지컬도 준비 중이다.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의 이야기 '딜쿠샤'다. 양준모는 "사직터널 부근에 있는 문화재 '딜쿠샤'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고 그 집에 살았던 사람이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11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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