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영국 국채인 길트가 매도세에 직면했다.
영국은행(BOE)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했지만 영국 국채 수익률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시장개입에도 국채 폭락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전 BOE가 이번주 끝나는 650억파운드 규모의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이을 단기 자금지원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데 실패했다.
시장 안정에 나선 것은 BOE만이 아니다.
이날 영국 재무부도 3주 안에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혀 시장 불안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다.
30년만기 길트 수익률은 0.29%p 폭등해 4.68%로 치솟았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아 치우면서 채권 수익률이 폭등했다.
영국 국채는 지난달 영 재무부가 재원조달 방안도 없이 대대적인 감세 방안을 들고 나오면서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영국 정부가 감세안을 없던 일로 하면서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다시 불안에 빠지고 있다.
추가 대응 내놔야
HSBC의 영국 금리전략 책임자인 대니엘라 러셀은 "새 조처만으로는 불충분할 것"이라면서 "(정책 담당자들이) 현재 당면한 문제들이 갖고 있는 장기적인 본질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셀은 BOE의 긴급 유동성지원은 상처에 밴드를 붙이는 것에 불과할 뿐 근본 처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시장 반응은 고무적인 것과는 꽤 거리가 있다"면서 "상황이 얼마나 불안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31일까지 중기 재정계획 내놓겠다
리즈 트러스 총리와 함께 이번 금융불안 방아쇠를 당긴 크와시 콰틍 재무장관은 이날 시장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콰틍 장관은 당초 계획했던 다음달 23일보다 시간을 크게 앞당겨 오는 31일까지 중기 재정계획과 관련 정부 전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아울러 재정경험 문외한인 안토니아 로메로 대신 재정분야에서 20년 넘게 잔뼈가 굵은 제임스 볼러를 재무부의 재정 담당 최고 책임자로 앉히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설득되지 않았다.
여전히 트러스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막대한 정부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면 그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BOE
BOE의 소극적인 시장개입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BOE는 이날 성명에서 채권매입 프로그램 속도를 높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까지 BOE가 시장에서 사들인 국채 규모는 미미하다.
이날 새로 정해진 하루 100억파운드 한도에 크게 못 미치는 8억5300만파운드어치만 매입했을 뿐이다.
이때문에 BOE가 매입 통계를 발표한 뒤 길트 매도세가 강화됐다.
RBC 거시전략가 피터 섀프릭은 "지금까지 고작 수억파운드어치만 사들였으면서 하루에 100억파운드어치를 사겠다고 말하는 진정한 의도를 모르겠다"고 BOE를 비판했다.
섀프릭은 "시장이 품고 있는 진짜 의문은 정말로 얼마나 돈을 풀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길트 폭락세로 인해 연기금이 어쩔 수 없이 길트를 내다 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장의 큰 손인 연기금이 국채를 매각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비관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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