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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개념”..박수홍 울린 친족상도례, 69년만에 바뀌나 '기대감'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1 08:30

수정 2022.10.11 17:38

방송인 박수홍. 출처=MBC '실화탐사대' 캡처
방송인 박수홍. 출처=MBC '실화탐사대' 캡처

[파이낸셜뉴스] 방송인 박수홍씨의 '출연료 횡령' 사건으로 친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의 존폐 논쟁이 수면위에 올랐다.

박씨의 친형부부는 10년간 박씨의 출연료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7일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의 부친이 돈을 횡령한 건 친형이 아니라 본인이라고 나서며 ‘친족상도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형법 328조의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등 사이에서 벌어진 절도 사기·횡령 등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도록 한다. 그 외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한다.

친족상도례는 횡령·배임, 권리행사방해, 절도, 사기·공갈 등에 한해 적용된다.
가족 내부에서 발생한 금전 문제 등에는 국가형벌권이 개입하기보단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하지만 친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데다 친족을 대상으로 한 재산범죄가 증가하면서 현실에 맞게 손질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수홍씨 사건에서는 그의 아버지가 “횡령을 내가 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기소된 친형을 감싸려 든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박씨의 아버지는 친족상도례 규정상 처벌이 면제된다. 반면 박씨의 친형은 동거 가족이 아니라서 박씨가 고소를 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국회에서 친족상도례 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14대 국회 때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 중 동거가족을 제외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선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성년후견인의 재산 범죄에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이 시도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역시 19대와 유사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번 국회에서는 관련 개정안 3건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친족상도례 규정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이병훈 의원도 해악성이 큰 사기와 공갈, 횡령과 배임에 한 해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친족간에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와 관련해 “예전의 개념은 지금 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개정에 동의했다.


개정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는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지는 걸 막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며 합헌 입장을 유지한다.
대법원은 2013년 9월 친족상도례를 형법상 재산범죄는 물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재산범죄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현재까지 이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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