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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 연출가 "호동, 개인에 초점...미래 무용극 향한 주춧돌"

뉴시스

입력 2022.10.11 15:27

수정 2022.10.11 15:27

기사내용 요약
뮤지컬 1세대 연출가, 첫 무용극 연출
국립무용단, 창단 60주년 무용극
27일부터 29일까지 해오름극장서 초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2022 무용극 호동' 주요 장면 시연을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하고 있다. 2022.10.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2022 무용극 호동' 주요 장면 시연을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하고 있다. 2022.10.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호동이 국가(집단)에 의해 낙랑 공주를 이용, 자명고를 찢고 그의 내면이 어떻게 피폐해져 갔는지 상징적으로 표현했어요."

국립무용단이 창단 60주년 기념 신작으로 '2022 무용극 호동'을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 연출가는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은 국가로 인해 희생되고 소외되는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 송범(1926~2007)이 무용극 형식을 정립한 '왕자 호동'(1974)을 계승한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서사에 중점을 뒀던 과거 무용극과는 달리, 장별로 상징적인 형상을 내세우는 이미지 극 형식을 띤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2022 무용극 호동' 주요 장면 시연을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하고 있다. 2022.10.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2022 무용극 호동' 주요 장면 시연을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하고 있다. 2022.10.11. pak7130@newsis.com

왕자 호동과 낙랑 공주의 감정에 초점을 맞췄던 사랑 이야기보다는 사회 혹은 운명과 대립하는 극한의 상황에 맞닥뜨린 인간의 갈등과 보편성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뇌를 표현하고자 구체적인 시대 배경을 걷어내고 무용수 전원이 호동이 되어 인물의 내적 변화에 집중한다.

또 배우 지현준이 호동의 아버지이자 최고 권력을 가진 대무신왕 역으로 등장해 서사에 힘을 보탠다.

'헤드윅', '광화문 연가', '서편제', '바람의 나라' 등을 연출한 국내 뮤지컬 1세대 연출가 이지나의 첫 무용 연출이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그는 "선명한 서사를 기대할 수 있지만, 사실주의보다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담아낸다"며 "배우의 대사와 자막이 적절히 융합되고, 미래적인 음악과 그속에 녹아든 국악이 시너지가 되어 극을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자명고는 낙랑국의 위험을 알리는 '북'의 형상을 한 원작과 달리 각자가 내면에 갖는 감정의 위태로움을 경고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 이 연출은 "자명고는 국가가 밀어붙이는 세계관과 자신의 세계관이 충돌하고, 마음속 양심이 거부할 때 울리는 걸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2022 무용극 호동' 주요 장면 시연을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하고 있다. 2022.10.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2022 무용극 호동' 주요 장면 시연을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하고 있다. 2022.10.11. pak7130@newsis.com

60주년 기념작으로 무용극을 택한 이유도 전했다.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무용극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형식이다. 영양분과 햇빛을 주며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신경 써야한다"며 "그 전통을 잇는 동시에 다양한 시도로 무용극을 발전시키고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출도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 이번 작품은 미래의 무용극을 향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2022 무용극 호동' 안무가 송설(왼쪽부터), 정소연, 예술감독 손인영, 연출 이지나, 음악감독 이셋(김성수), 안무가 송지영이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10.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2022 무용극 호동' 안무가 송설(왼쪽부터), 정소연, 예술감독 손인영, 연출 이지나, 음악감독 이셋(김성수), 안무가 송지영이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10.11. pak7130@newsis.com
안무는 국립무용단 간판 무용수이자 다수 작품에 안무·조안무로 참여한 정소연, 송지영, 송설이 공동안무로 이름을 올렸다. 송범의 원작에 있는 '청룡 춤'을 오마주한 장면도 등장하며, 단원 44명 전원이 무대에 올라 선보이는 역동적인 군무도 나온다.

정소연은 "한국춤은 맺음과 풀음이 있지만 단절은 없어 강한 장면을 표현할 때 어려움도 있었다. 이를 어떻게 찾아내 무대로 발현하는지 지켜봐달라"고 했다. 송지영도 "대무신왕의 군대를 표현할 땐 둥글둥글한 동작보다 직선 또는 각이 진 동작을 넣으려 했고, 전쟁신도 단번에 싸움임을 알 수 있는 동작으로 짜봤다. 소품은 없는데, 의상인 재킷을 활용해 몸의 에너지에 힘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OST 등에 참여했고 뮤지컬과 대중음악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곡가 이셋(김성수)이 맡았다. 태평소·당피리·아쟁 등 국악기와 인도 전통악기인 하모니움, 전자 건반악기, 서양 현악기 등 이질적인 음색의 악기를 조합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음악을 선보인다.


그는 "전형적이지 않으며 텍스트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며 "힘있는 국가 이야기에선 기존 악기들을 많이 썼고, 서사를 갖지 못한 개개인의 이야기에선 전자악기들을 사용하며 불규칙성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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