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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콜럼버스 데이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1 18:07

수정 2022.10.11 18:07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콜럼버스의 날' 퍼레이드가 열려 참가자들이 5번가를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콜럼버스의 날' 퍼레이드가 열려 참가자들이 5번가를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포트 벨은 1세기부터 교역이 이뤄졌던 이름 그대로 오래된 항구이다. 이 항구가 유명한 이유는 시내 중심부 카탈루냐 광장에서 이어지는 1.2㎞ 길이의 람블라스 거리 끝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람블라스는 전 세계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환상적인 도심 번화가다. 도시의 상징 콜럼버스기념탑은 포트 벨 입구에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서 있다.


포트 벨은 1492년 10월 12일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아메리카대륙 서인도제도의 산살바도르 섬을 발견한 뒤 후원해준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을 만나기 위해 금의환향했던 바로 그 항구다. 1888년 바르셀로나 박람회에 맞춰 세워진 높이 60m의 기념탑 꼭대기에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가리키고 있다.

이사벨라 여왕에게 받은 특허장에는 콜럼버스가 받게 될 '영예와 은전'에 대해 적시하고 있다. "(신대륙을) 발견하고 정복한 후 이 지역 제독이 되기를 원하노라. …차후로 경은 자신을 돈(귀족 칭호) 칭호를 쓸 수 있으며, 경의 아들과 상속자가 위의 직책을 맡게 되면 그들에게도 돈, 제독, 국왕 대리 및 총독의 칭호를 붙일 수 있노라." 불행하게도 콜럼버스는 돈과 명예 둘 다 얻지 못한채 쓸쓸히 세상과 하직했다.

미국은 1971년부터 '콜럼버스 데이'를 연방정부의 법정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해 왔지만 지금은 매년 10월의 두 번째 월요일로 기념일이 변경됐으며 지난해 10월엔 '원주민의 날'로 선포됐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은 원주민에게 비극의 시작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를 받아들인 결과이다.
일부 주는 콜럼버스 데이라는 명칭 대신 원주민의 날로 이름을 아예 바꿨다. 한때 미국 각지에서 콜럼버스의 동상이 철거되거나 끌어내려졌고, 훼손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 콜럼버스에 대한 평가는 퇴색 일로를 걷고 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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