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추억을 조각조각 이어붙인 이불…엄마가 남긴 '마지막 선물' [Guideposts]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1 18:53

수정 2022.10.11 18:53

다섯 자매를 위한 퀼트 이불 다섯 채 브렌다 나이트 그레이엄
아흔셋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우리는 유품을 정리하기로 했다
귀중품 분류에만 몇시간…
옷장 안쪽 트렁크를 열었을때, 숨이 턱 막혀버리고 말았다
못보던 퀼트탑과 이불이 있었다
"이걸 직접 만드셨을까?"
출처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자식을 사랑으로 대한 엄마가 넣어두신 것만은 분명했다
추억을 조각조각 이어붙인 이불…엄마가 남긴 '마지막 선물' [Guideposts]
추억을 조각조각 이어붙인 이불…엄마가 남긴 '마지막 선물' [Guideposts]
엄마는 딸 다섯 모두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줄 방법을 항상 찾았다. 엄마는 아흔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엄마의 유품을 정리했다. 검정색 트렁크 안에 퀼트 탑과 이불이 5개 나왔다. "퀼트 다섯에 딸 다섯이네." 엄마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깜짝 선물을 주었다.
엄마는 딸 다섯 모두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줄 방법을 항상 찾았다.
엄마는 아흔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엄마의 유품을 정리했다. 검정색 트렁크 안에 퀼트 탑과 이불이 5개 나왔다. "퀼트 다섯에 딸 다섯이네." 엄마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깜짝 선물을 주었다.

엄마는 우리를 위한 깜짝 선물을 좋아했다. 직접 만든 퍼지 사탕 한 상자. 시 암송 녹음테이프. 여행에서 가져온 자그마한 선물들. 엄마는 열이나 되는 우리(아들 다섯, 딸 다섯) 하나하나를 모두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줄 방법을 항상 찾았다.

엄마는 1997년 12월 아흔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춥고 뿌옇던 2월 어느 날 아침, 우리 네 자매는 어린 시절을 보낸 조지아주 클라케스빌 집에 모여 엄마의 유품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셋째인 재키만 오지 못했는데, 플로리다에서 아픈 남편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엄마는 우리 각자한테 주고 싶던 큰 물건들을 이미 주었다. 그날은 체계를 세웠다. 각각 자신이 엄마에게 주었던 선물을 찾아서, 서른네 명의 손주를 비롯해 자신을 뺀 나머지 가족들에게 줄 수 있도록 물건을 쌓는 것이다.

우리는 수두룩한 엄마의 손수건들을 분류했다.

"엄마는 원피스에 손수건을 꽂지 않고는 절대 나가지 않았지."

큰언니 팻이 상기했다. 그다음 찬장과 린넨을 보관하는 장을 확인했다. 찻주전자나 자수 놓인 베갯잇 하나하나가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갈 차례였다. 엄마는 계단을 오르지 못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알았다. 엄마는 누군가를 보내서 가위나 실타래를 가져오게 했는데, 단순히 서랍 위치만 알려준 것이 아니라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또는 앞인지 뒤인지도 알려주었다. 엄마는 모든 상자와 삼나무 궤와 거대한 옷장 속 곳곳에 있는 작은 소품들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의 귀중품들을 종류별로 정리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그것들을 침대 위, 서랍장, 심지어 창틀에까지 쌓았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큰 검정 트렁크는 아직 손도 못 대고 있었다. 100년도 넘은 데다 옷장 제일 뒤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무거운 뚜껑을 들어올리자 트렁크 경첩이 낑낑 신음을 했다. 우리는 오래된 코트와 무도회 드레스, 아기 스웨터를 꺼냈다.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있던 것들이었다. 낡고 누런 종이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 밑에 뭐가 있나? 나는 그 종이를 쑥 잡아당겼다. 우리 모두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작은 네모 모양의 진홍색, 녹색, 황금색 벨벳천을 이어붙인 퀼트 탑(조각천을 이어 놓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진저가 그것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파란색과 분홍색의 삼각형 무늬 퀼트 탑도 있었다. 트렁크에서 퀼트 탑 네 개와 풀 사이즈 퀼트 이불 한 채가 차례로 나왔다.

"퀼트 다섯에 딸 다섯이네."

수잔이 감탄하며 말했다.

"이거 전에 본 적 있는 사람?"

팻이 물었다. 우리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이게 여기 있는지 알았을 텐데."

진저가 벨벳 천을 손으로 더듬으며 말했다.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을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엄마가 직접 만드셨을까?"

내가 말했다.

"그랬을 수도."

수전이 답했다. 우리가 아는 한 엄마는 이런 견고한 퀼트 작품을 만들 시간이 없었지만. 엄마가 전에 만들었던 것은 낡은 코트와 바지 조각으로 만든 보온 목적의 실용적인 것이었지, 이렇게 화려하진 않았다.

우리는 그 트렁크 안에 쪽지가 있는지 봤지만, 그 이불의 출처를 알려줄 만한 단서는 없었다. 우리는 재키에게 완성된 퀼트 이불을 주기로 했다. 나는 엄마가 아빠를 만났을 때 입었다는 드레스와 일치하는, 파란색 체크무늬 삼각형을 이어붙인 퀼트 탑을 가졌다.

6개월에 걸친 퀼트 모임을 통해 나는 그 퀄트 탑을 완성시켰다.
으스스한 밤이면 추억과 수수께끼를 이어붙인 그 따뜻한 이불 속에 몸을 파묻었다. 엄마가 퀼트 이불을 직접 만들었는지 우리는 절대 알 수 없지만, 딸들이 잘 찾도록 엄마가 가방에 넣어둔 것만은 틀림없다.
엄마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깜짝 선물을 주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 원문으로 읽는 오늘의 이야기 Five Quilts for Five Sisters

Mama loved to surprise us. A box of her homemade fudge. A recording of a poem she'd memorized. Little gifts she'd brought back from a trip. Even with 10 of us-five boys and five girls-she always found ways to make each of us feel special.

Mama passed away in December 1997 at age 93. Two months later, on a cold gray February morning, four of us sisters gathered at our childhood home in Clarkesville, Georgia, to go through her things. Only our middle sister, Jackie, couldn't make it; she'd stayed in Florida to nurse her sick husband. Years before, Mama had already given each of us the big items she'd wanted us to have. Today we had a system: We each took the gifts we'd given her, then made stacks of items for the rest of the family, including her 34 grandchildren.

We sorted Mama's many handkerchiefs. "She never went without a handkerchief tucked into her dress," Pat, the oldest, reminded us. We went through the cupboards and linen closet; each teapot or embroidered pillowcase sparked more memories. Then it was time to go upstairs. Although Mama hadn't been able to climb the steps for a long time, she knew exactly where everything was up there. She would send someone to fetch a pair of scissors or a skein of yarn, telling them not just which drawer to check, but whether left, right, back or front. She knew every knickknack in every box, in the cedar chest, in the nooks and crannies of her enormous closet.

It took hours to divide her treasures into orderly batches. We piled them on the beds, the dressers, even the window ledges. But we still hadn't tackled Grandfather's big black trunk. It was more than a hundred years old and sat at the very back of the closet. The trunk's hinges groaned as we raised the heavy lid. We pulled out old coats, prom dresses, baby sweaters, all things we remembered. An old, yellowed sheet was spread across the bottom of the trunk. Was there something beneath it? I pulled back the sheet. We all gasped. There lay a mosaic quilt top, tiny squares of velvet in burgundy, green and gold. Ginger lifted it carefully. Another quilt top, this one patterned with triangles of blue and pink. One by one, four quilt tops and one full quilt emerged from the trunk. "Five quilts, five girls," Suzanne said in awe.

"Have any of you ever seen these before?" Pat asked. We shook our heads.

"Mama knew they were here," Ginger said, fingering the velvet. "Why didn't she tell us?" We had no answer.

"Do you think she made them herself?" I asked.

"Could be," Suzanne said, though as far as we knew, Mama had never had the time to make quilts as fine as these. Hers were practical, made for warmth with scraps of old coats and trousers, nothing fancy like these.

We searched the trunk for a note, but there were no clues to the quilts' origins. We decided to give Jackie the completed quilt. I got the top with the blue gingham triangles that matched the dress Mama had described wearing when she met Daddy.

Over six months of quilting parties, I turned that top into a finished quilt. On chilly nights, I snuggle under its warmth, its patchwork of memories and mysteries. We'll never know for sure if Mama made the quilts, but we do know she put them in the trunk for her daughters to find. She gave each of us one last beautiful surprise.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