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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 기아 노조 "평생 車 할인" 외치며 파업[현장클릭]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2 16:06

수정 2022.10.12 16:06

서울 서초구 양재동 기아 사옥 전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 기아 사옥 전경
[파이낸셜뉴스] 기아 노동조합이 또 다시 파업 깃발을 올렸다. 13일은 하루 2시간, 14일에는 4시간 단축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들어간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다음 주에도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기아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낸 가장 큰 이유는 임금 인상률이 낮아서가 아니라 퇴직자에 대한 복지 혜택 축소 때문이다. 참고로 작년 기준 기아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100만원이었다.

지금까지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게 평생 차량 할인 혜택을 제공해왔다.
이른바 '평생 사원증' 이라 불리는데, 2년 마다 신차 구매 시 최대 30%를 할인해준다. 나이 제한 없이 평생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아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할인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바꾸고 할인율도 최대 30%에서 현대차와 동일하게 25%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또 고령 운전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연령도 75세로 제한을 두기로 했다. 대신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재직자 복지 혜택을 늘렸다. 하지만 고참 직원들이 퇴직 후 혜택이 줄어든다며 반대표를 던지면서 결국 지난달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지난해 기준 기아의 국내 전체 임직원은 3만5453명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만8874명이 50세 이상일 정도로 고참 직원 비중이 높다.

외부에서 기아 노조를 보는 시선은 점차 따가워지고 있다.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퇴직자에 지급되는 차량 할인 금액은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0%라는 할인율은 사실상 손해를 보고 차량을 판매해야 하는 수준이다. 그것도 퇴직 후 2년 마다 평생 신차를 할인해주겠다는 복지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출고지연도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인기 차종인 스포티지·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이달 차량을 계약하면 18개월 뒤인 2024년 4월이 돼서야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계약 물량이 밀려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파업 여파까지 더해지게 됐다.

기아 노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고용 안정 방안을 즉각 제시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외 투자를 철회하고 국내 공장에 미래차 핵심 일감인 전기차 증산을 위해 관련 투자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퇴직자에 대한 복지 혜택 때문에 생산물량을 볼모로 파업을 하겠다는 노조가 버티고 있는 이상,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노조의 파업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0만대에 가까운 생산차질을 입었다. 이 기간 동안 기아 노조의 파업 횟수는 54회에 달했다.
작년에는 10년 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지만 다시 파업 국면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노조 파업이 반복 된다면 결국에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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