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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로봇이 춤추는 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2 18:09

수정 2022.10.12 18:09

[fn광장] 로봇이 춤추는 시대
국립발레단 퇴임 후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발병했고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무용과 같은 공연예술은 인간과 인간의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기본이기에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비대면으로 무용 실기수업을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학생과 교수, 학교 관계자들의 시행착오를 거쳐 점차 안정화되어 가긴 했지만 춤이란 것은 화면으로 배울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수업들이 영상으로 촬영되어 전 세계인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연문화에도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공연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대체되어 많은 예술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공연을 하고 전 세계 관객들은 영상을 통해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대면으로 이루어졌던 공연예술들이 발전된 과학기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우리의 생활 속에 파고들었다.


테슬라는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본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토타입 모델을 공개했다. 테슬라 로봇으로 알려진 로봇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소개와 함께 무대로 걸어 나와 손을 흔들고 행사장을 걸어다녔다. 머스크는 로봇을 통해 풍요로운 미래, 빈곤 없는 미래를 이끌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은 자동차보다 저렴한 가격(약 2900만원)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로봇으로 미래에는 자동차보다 더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인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휴대폰이나 자동차처럼 일상화가 된다면 인간이 해왔던 모든 행위를 대체할 것이고 우리의 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예술 분야에서도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23년 국립극장 새 시즌 레퍼토리 중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 부재'의 지휘자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악보를 학습해서 연주자의 표정과 움직임을 살피며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화가 '아이다'는 눈에 달린 카메라로 대상을 바라보고 알고리즘의 연산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해 로봇 팔을 이용해 그림으로 재현한다. 2018년 안무가 프레드릭 벤치 리드만은 산업용 로봇과 듀엣 공연을 해 무용계에서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휴보(2004년 한국과학기술원), 에버원(2006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행동과 제한적 감정 인식이 가능해 상대방의 얼굴을 인식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의 예술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로봇이 점점 인간화되어 간다면 창조력, 감정, 꿈꾸기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휴머노이드 로봇 댄서들이 춤을 춘다면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을 통해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게 가능할 것인가? 공연예술에 있어 협업을 통해 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부수적인 존재가 아닌 주도적이고 독창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아이, 로봇'에 나오는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꿈을 꾸며 주체성을 가진 로봇은 결국 창조될 것이고 인간은 인간 고유의 가치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약력 △44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경희대학교 무용학부 교수(현)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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