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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의 블루오션… 충전 인프라 사업에 풍덩 빠지다 [혁신의숲에서 찾은 스타트업]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2 18:12

수정 2022.10.12 18:12

비상장 마켓
전기차 충전서비스
소프트베리 충전소 정보 제공
운전자 92% 이용 서비스 발돋움
시리즈A 등 누적 투자금만 86억
플러그링크 충전 플랫폼 기업
충전기 구축·운영서비스 고도화
거래 건수 월평균 60%대 성장
전기차 충전서비스
전기차 충전서비스
전기자동차(EV)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누적 전기차 등록 대수는 29만8633대에 이른다. 2020년 13만5000대, 2021년 23만1000대에 이어 해마다 30%가 넘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33만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전기차 이용자들은 전기차 충전소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9월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14만5293곳이다.
경기도나 서울을 제외하면 1만곳 이상의 충전소를 갖춘 지역이 없다.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전기차의 차량 대수 30만대, 하루 평균 주행거리 40㎞, 평균 연비 5㎞/h, 충전요금 300원/㎾h를 가정할 때 충전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간 2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효율화에 따른 연비 개선과 발전단가에 따라 시장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기차 보급률에 연동하는 시장인 만큼 앞으로 30년 간은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전기차는 급속충전이라도 일반 자동차가 주유하는데 걸리는 시간(5분 안팎)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돼 적체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충전 사업자가 증가하면서 요금 결제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간적 제약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잉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충전 사업자들의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프트베리와 플러그링크는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자로서 시장성을 입증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충전소 정보 제공' 소프트베리

전기차는 기온이 낮아지면 배터리 소모가 빨라진다. 겨울에 예상 못한 방전을 만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런 돌발 상황에서 충전소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 어렵게 찾은 충전소에 이미 차량들이 가득하거나 충전기 상태가 온전치 못한 경우도 있다.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는 직접 전기차를 운행하며 경험한 불편사항들을 해결하고자 2016년 회사를 세웠다.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한 충전 정보공유 솔루션 'EV 인프라'를 개발했다. EV 인프라는 초창기 소수의 전기차 회원들의 자발적인 정보 공유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기차 운전자의 92%가 이용하는 국내 1위 전기차 충전 정보 서비스로 발돋움했다.

혁신의숲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EV 인프라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약 7만4000명이다. 전기차 초기부터 함께 해온 만큼 전기차 등록대수 증가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EV 인프라도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소프트베리는 전기차 커뮤니티 기능을 유지하고 있어 고객의 이탈이 적고 충성도가 높은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사업 초기 충전소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전 사업자가 아닌 소프트베리가 뾰족한 수익모델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충전 사업자의 수가 많아지면서 사업자별로 다른 결제방식을 요구했다. 이용자들은 여러 개의 충전전용카드를 만들거나 할인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 착안, 이미 확보한 이용파 풀(pool)을 바탕으로 통합결제서비스를 도입해 트래픽을 수익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모든 충전사업자들과 협업이 이뤄진 것은 아니어서 더 많은 충전사업자와 제휴를 맺는 것이 과제로 판단된다.

소프트베리는 올해 1월 시리즈A 자금조달에 성공하면서 누적 투자금액 86억원을 기록했다. 조달한 자금으로 대규모 인력을 충원, 본격적인 사업영역 확장이 기대된다.

소프트베리는 이용자별로 상이한 충전 포맷과 습관을 가진 전기차 이용 환경에 맞게 개인화된 충전 안내 서비스를 고도화함으로써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또 전기차 못지않게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는 수소자동차에 주목, 수소차 충전소 정보를 제공하는 '수달'을 론칭했다. 수소차는 2019년 9월 등록대수 3436대에서 올해 9월에는 2만6719대로 늘었다. 월평균 성장률은 5.86%로 전기차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베리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일한 비즈니스모델을 해외에서도 적용이 가능해 외형적인 성장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충전 경험 디자인' 플러그링크

전기차의 충전방식이 급속과 완속으로 나눠진 이유는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도 '연료(전기)'를 보급할 수 있어서다. 다만 운휴시간에 충전하려면 완속 충천기를 설치할 공간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거 및 사무 공간이 그 대상이다. 정부는 올해 초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거시설 및 50면 이상의 주차공간을 보유한 공동이용시설에 대해 신축은 주차면 수의 5% 이상, 기축은 2%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토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 맞춰 충전기를 설치한다 해도 전기차가 늘어나면 충전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만큼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설립된 플러그링크는 충전기 설치 프로세스 정비, 충전서비스의 운영 효율 및 수익성 개선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후발주자임에도 올해 7월 70억원의 시리즈A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플러그링크의 성공 요인은 고객중심 서비스다. 아파트 주차장에 충전기가 필요한 고객이 고객센터에 요청하면 현장 점검을 통해 설치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설치가 이뤄진다. 계약 체결 이후 약 한 달이 걸린다. 다른 서비스와 비교해 현저히 짧은 시간이다. 특히 고객이 직접 필요에 의해 설치된 만큼 이용률 향상에도 기여한다.

결제방식이 RFID카드가 아닌 전용 앱 '플링'의 QR코드로 진행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소지해야 하는 카드 수를 줄여준 것만으로도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충전서비스 시장 전반의 춤질 개선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h당 168원의 업계 최저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고객들이 플러그링크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다. 플러그링크는 전력 부하가 많은 시간대에는 느린 속도로 충전을 하고 경부하 시간대에 충전속도를 높이도록 함으로써 효율적인 전력요금을 가능케 했다. 고객의 부담과 서비스 공급자의 원가를 모두 줄여주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플러그링크가 도입된 이후 거래 건수는 월평균 69.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가격과 서비스 품질 면에서 고객이 충분히 만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혁신의숲에 따르면 고객은 한 달간 약 8회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완충시 400㎞를 주행하는 전기차라면 하루 평균 주행거리를 감안할 때 한 달에 3~4회 완충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휴대폰을 충전하는 것처럼 전기차 운전자의 충전 경험을 바꾸는 전략이 작동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플러그링크는 지금은 벽면형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으나 조만간 천장형 충전기도 출시할 계획이다. 벽면형 충전기가 전용 주차구역이 제한되는 점을 고려하면 천장형 충전기가 나올 경우 주차구역의 구분 없이 유연하게 충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해당 보고서 원문은 혁신의 숲 홈페이지(www.innoforest.co.kr/repor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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