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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출 줄여야 인플레 대응" IMF 고언 새겨들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3 18:02

수정 2022.10.13 18:02

나랏빚 증가 속도 세계 5위
포퓰리즘 경쟁은 여야없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IMF 총재(오른쪽)가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합동 연차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IMF 총재(오른쪽)가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합동 연차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우리나라 정부 빚 증가 속도가 여전히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간한 '2022년 재정 점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나랏빚 증가 속도가 선진 35개국 중 다섯 번째로 빠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올해 말 54.1%에서 2027년 말 57.7%로 3.6%p 불어날 것으로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35개국 중 23개국은 5년 뒤 채무비율이 낮아진다. 나머지 12개국의 빚 부담이 증가하는데 그중 한국의 속도가 5등이라는 이야기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최후 보루 역할을 하는 것이 정부 재정이다. 지금 같은 외부요인으로 촉발된 퍼펙트스톰 위기 국면에서 각국의 대응 카드는 많지 않다. 약화된 재정둑을 다시 쌓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독일, 캐나다는 이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5년 뒤 이들 국가의 채무비율 감소 폭은 13.5%p, 11.5%p나 된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도 금리인상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IMF가 "각국 정부가 과감히 복지지출을 줄여야 인플레에 대응할 수 있다"고 권고한 것은 이런 이유다.

문재인 정부 시절 퍼주기 재정으로 지금 나라곳간은 말이 아닌 상황이다. 팬데믹 돌발변수를 감안해도 곳간 비는 속도는 너무 빨랐다. 재정적자 100조원, 나랏빚 1000조원이 그 성적표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꺼내 든 게 고강도 재정준칙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재정준칙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법제화 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정부도, 정치권도 이를 급박한 사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비상한 시기에 외려 포퓰리즘 선심정책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쌀 의무매입법(양곡관리법 개정안)이다. 민주당은 12일 국회 농림축산위 안건조정위를 열고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과잉생산된 쌀 상당량을 정부가 해마다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은 강제가 아니라 정부 재량에 맡긴다. 개정안대로 하면 정부는 해마다 1조원 넘는 세금을 쌀 수매에 쏟아부어야 한다. 쌀값 폭락 등 지금의 농가 고통을 재정으로 막는 것은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수많은 전문가들 지적에도 표에 눈먼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정부 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될 기초연금 인상에는 여당까지 합세했다. 민주당은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한 내용의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여러 개 발의한 상태다. 지급대상도 기존 소득하위 70%에서 전체로 늘리겠다고 벼른다. 국민의힘 역시 기초연금 인상은 대선 공약사항이라 뜻을 같이하고 있다. "기초연금 대상은 줄이고,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높이라(2022 한국경제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금은 정치권이 선심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날로 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다.
허리를 졸라매도 쉽지 않은 엄혹한 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