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카카오헤어샵' 투자자 "카카오 믿고 투자했는데 날벼락" [플랫폼 기업의 이상한 혁신]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3 18:21

수정 2022.10.13 18:21

관련종목▶

사업 철수 갈등 장기화
투자자들 "자금 회수방안 달라"
카카오 "시간 걸려 기다려 달라"
"카카오가 무작정 회피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1년 동안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분노가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카카오헤어샵 투자자)

최근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사업 철수를 진행 중인 카카오헤어샵을 놓고 투자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카카오 측에 더 이상 시간만 끌 것이 아니라 투자금 회수방안 마련을 내놓거나 의사결정을 진행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믿고 투자했다 낭패"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와이어트(카카오헤어샵 운영사) 투자자인 △하랑신기술투자조합 △브레이브뉴(BNI)-어니스트 제1호 신기술투자조합 △이베스트-지투지(GTOG) 신기술조합(투자금액 순)은 카카오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수신자는 권규석 와이어트 공동대표, 권기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전략책임자(CIO)와 강호준 카카오 부사장이다.


내용증명에서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투자자들의 투자원금에 연 4% 이자를 가산한 금액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지분을 매수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보내면서 투자자들과 카카오 측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와이어트는 1998년 설립된 뷰티숍 고객관리솔루션 개발업체다. 2020년 말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포헤어'를 운영하는 휴메이저를 흡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2015년 카카오가 온·오프라인연계(O2O) 사업을 본격화하며 뷰티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와이어트 지분을 인수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24.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와이어트는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기관투자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와이어트는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480억원을 투자받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어니스트벤처스, 브레인자산운용, 아주IB투자 등이 참여했다. 8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2배로 뛰었다.

투자자들이 카카오헤어샵 운영업체 와이어트에 투자한 금액은 총 5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당시 3개 조합은 투자금(480억원)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 총지분 5.84%를 확보했다. 와이어트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이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갑자기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투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자 중소업체와의 상생 경영을 발표하면서 계열사 정리를 약속했다. 헤어숍,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문구류 등을 정리해 지난해 말 134개의 계열사를 100개 이하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미 꽃·간식·샐러드 배달사업은 철수를 마무리 지은 상태다.

카카오는 와이어트도 철수 수순에 돌입했다. 카카오톡 '더보기' 탭에서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하면서 카카오 측에 대응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정리방안 다각도 검토"

투자자들은 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대응에 실망감을 느꼈다. 투자 당시 카카오 측은 카카오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통한 카카오헤어샵 서비스 확장을 투자포인트로 제시했다. 카카오 브랜드를 믿고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한 투자자는 "카카오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시장지배력을 강조했으며 프리미엄도 2배 정도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골목상권 철수 이후 1년이 지났는데 이에 대한 책임이나 해결방안, 중재가 없으니 투자자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결국 카카오 측은 지난 5월 EY한영을 주간사로 카카오헤어샵 서비스(하시스부문)를 10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기존 약속대로 원금에 이자율 4%를 더해 약 500억원을 돌려주든지,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를 다시 진행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카카오 측에서 결단을 내려주길 원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카카오헤어샵이 이용자들에게 요금이나 영업시간, 디자이너 만족도 등 정확한 헤어숍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편의를 높이는 순기능이 많아 골목상권 침해와 거리가 먼 서비스라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의 과도한 플랫폼 몰아세우기라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서비스 재개가 조심스레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 측은 와이어트 관련, 다각도로 정리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와이어트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지분 매각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와이어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24.19%) 외에도 8명의 개인주주와 10개의 사모펀드 및 투자조합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투자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검토와 협의에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