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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회 마비 위기 부른 카카오 사태 재발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6 19:05

수정 2022.10.16 19:05

비상상황 대비 매뉴얼 없어
국가 관리감독권 검토 필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을 둘러본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을 둘러본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의 카카오 서비스가 지난 15일 오후부터 한나절 동안 중단 상태에 빠졌다. 다음 날 대부분 복구되기는 했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서비스 12년 만에 최장 시간의 중단 사태다. 경기 성남 SK 판교캠퍼스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었다. 이곳에서는 네이버 데이터도 관리하고 있어 일부 네이버 서비스가 장애를 겪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국민들에게 잠시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통신·경제 수단이 됐다. 전화를 대신하는 메신저, SNS, 금융, 택시, 길안내, 쇼핑, 포털사이트까지 국민 생활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기본적인 통신은 전화와 문자로 가능하지만 금융과 쇼핑, 결제 등의 장애는 이용자에게 큰 불편을 주게 된다.

먼저 수천만명의 국민이 쓰는 데이터시설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전기실에서 불이 난 것부터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서버 전체의 전원을 꺼야 했는지도 의아하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도 전기장치나 데이터시설 자체가 훼손당하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다. 데이터 백업이 제대로 됐는지도 알 수 없다.

위험은 분산시켜 놓을수록 적어질 텐데 한곳에 데이터시설을 집중해 놓은 것도 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다. 카카오가 먹통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대비할 기회와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4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됐던 2012년 사고 당시 데이터시설 분산 문제가 제기됐지만 카카오는 실행에 옮기지 않다가 이번에 똑같은 피해를 자초했다.

기업 자체적인 관리를 믿을 수 없다면 국가가 개입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8년 벌어진 KT아현지사 화재사건 당시 통신시설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책무를 규정하는 법안이 제안됐지만 인터넷기업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련 법의 제·개정 문제가 다시 논의되기 바란다. 최소한 재난발생 시 대처할 방법과 절차에 대한 규정만이라도 제정해 유사사고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재난상황실을 하루가 지나서야 장관 직속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로 격상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법적인 근거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통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우편이나 전화 같은 전통적 통신수단은 국가가 관리했지만 인터넷은 민간기업의 영역이 됐다.
대부분의 국민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과 통신 기술의 발달은 국민 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해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장애가 발생하면 국가적 재난에 버금가는 혼란을 초래하는 양면성이 있다.
사회, 경제 전체의 마비를 부를 수 있으므로 재발 방지와 사고 대응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