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호가 국가 존재 이유
감사 결과 놓고 정쟁은 곤란
감사 결과 놓고 정쟁은 곤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를 상대로 문재인 정부가 월북몰이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지난 13일 감사원 중간발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감사원의) 무너진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여준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16일 월북몰이 의혹의 총책임자로 문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여야가 감사 결과를 놓고 정쟁을 가급적 자제하고 엄정한 수사로 진위부터 가리는 게 도리일 것이다.
이번 감사 결과의 핵심은 공무원 이씨의 실종 당일 행적에서 월북으로 판단할 근거가 빈약함에도 문 정부 고위층이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피살된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했지만, 감사에서는 한자가 쓰인 중국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선상에서 실족한 그가 인근 중국 어선으로부터 구명조끼를 얻어 입었을 가능성이란 팩트를 왜곡한 흔적은 이를 보고받은 당시 해경청장이 "난 안 본 걸로 할게"라고 했다는 진술에서 확인된다. 더욱이 문 정부 수뇌부가 왜곡 의혹을 숨기려 관련 자료를 삭제한 흔적까지 드러났다.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돼 시신까지 소각된 뒤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서 당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허위 월북 첩보를 제시했다는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를 토대로 국방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이 각기 수십건씩 관련 첩보문서 삭제 지시를 내렸다니, 정권 차원에서 진실을 '암매장'하려 했다는 의혹을 자초한 격이다.
물론 감사원이 감사 착수에서부터 중간발표에 이르기까지 독립성 시비를 야기한 측면도 없지 않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에게 감사 착수 전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뿐만이 아니다. 감사위원 회의에 사전 보고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낸 대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조차 감사원의 서면답변 요청에 대해 "무례하다"고 거부한 마당에 이런 미숙한 절차를 빌미로 진실을 덮을 순 없는 노릇이다.
감사원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 사건 당시 5개 기관 관계자 20명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렇다면 이제 공을 넘겨받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 자세가 관건이다. 설혹 감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아전인수식 정치 공방인 아닌, 투명한 수사로 진상을 밝히는 게 옳다. 여야는 국민 생명보호가 국가의 존재 이유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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