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은둔형 청소년' 일상복귀, 여가부 폐지가 발목?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8 05:00

수정 2022.10.18 05:00

사회·정서, 우울증 및 자살사고 등 정신건강 문제 발생
"가족의 적당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  
[파이낸셜뉴스] "중학교 때 2년 정도 집에만 있었는데 엄마가 상담을 권유했어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제 학교를 가야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학교가 아주 편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안녕?"이라고 인사해주는 것 자체가, 담임 선생님이 관심 가져 주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K2에서 제공하는 일경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식당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K2인터내셔널 제공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K2에서 제공하는 일경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식당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K2인터내셔널 제공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을 돌보는 전문 심리·정서 서비스가 더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구 결과 징후를 보이는 청소년을 조기에 발굴해 개입했을 때 은둔의 장기화를 막고 성공적인 사회복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을 주관하는 여성가족부의 폐지로 가뜩이나 증가 추세인 은둔 외톨이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대통령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에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포함한 바 있다.

히키코모리 방치시 자살사고 등 우려

18일 여가부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 개념은 1970년 일본에서 청년실업이 증가하면서 세상과 접촉을 끊고 집에서만 지내는 청년들을 '히키코모리'로 명명하면서 생겨났다. 국내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으로 불린다.

이들은 특별한 은둔의 계기가 없으면서 3개월 혹은 6개월 이상 방에서 나가지 않고 학업·직업 등의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으며, 친구가 1명 이하인 만 9세에서 24세 청소년으로 불안 등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가족 및 또래 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등교를 거부하거나, 사회적 관계 형성에 실패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발간한 청소년상담 이슈페이퍼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을 이야기하다'에 따르면 만 19세에서 29세 청년 중 은둔형 외톨이 발생율은 0.91%이다.

은둔 유경험자 중 약 40%가 청소년기에 은둔생활을 시작한다. 이처럼 운둔의 시작 시기에 있어 청소년기가 중요한 발달단계다. 최근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이용한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 상담 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 431명에서 지난해 507명으로 17% 증가해 은둔 청소년과 가족들에게 필요로 하는 상담복지 서비스의 요구도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는 없지만 2005년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위원회 연구에서는 국내 은둔형 외톨이를 약 30만명으로 추산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외부에서 발굴하기가 쉽지 않고, 가족의 이해 부족으로 조기 개입을 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대응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은둔형 외톨이의 개념, 이들의 인지·정서·행동적 특징, 은둔이 나타나는 원인, 적절하거나 부적절한 대응 방식 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상담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소년기 은둔 현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사회·정서, 우울증 및 자살사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은둔을 시작한 계기로는 대인관계에서의 상처 및 학교폭력 피해 경험,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좌절감, 가정 내의 갈등 및 돌봄의 부재 또는 보호자의 과잉통제와 간섭 요인 등이 제시됐다.

상담센터 선생님 A씨는 "은둔의 원인은 학교 폭력과 괴롭힘이 많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비난을 받으면 어린 학생이다 보니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며 "학교 안에서 폭력 피해 이후 피해 학생을 심리적으로 돌볼 수 있는 역할과 학교 폭력 처리 이후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둔 출구의 시작을 본인 스스로 혹은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보호자가 자녀를 믿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은둔 탈출에 성공한 청소년들은 부모가 은둔시기에도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는 등 신뢰감을 주며 기다려 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은둔형 외톨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은둔형 외톨이, 여가부 폐지에 지원 끊기나

문제는 지원이 시급한 은둔형 외톨이 정책이 여가부 폐지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행정안전부가 지난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여가부의 업무 중 가족·청소년·폭력피해자 지원·양성평등정책 분야는 보건복지부에 새로 설치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한다.

이처럼 여가부 업무를 여러 부처로 쪼개면 정책 수혜자인 은둔형 외톨이와 그 가족에 대한 복지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도 방대한 규모의 보건이나 복지 업무에 더해 돌봄과 가족지원 업무까지 추가되면 이 업무는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 7일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가족 구성원의 생애주기에 따른 정책을 하나의 부처에서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자 했다"며 "특히 아동-청소년, 가족돌봄-보육 등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조직을 일원화해 분절적인 서비스 지원체계를 극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의 부모를 위한 교육 및 지원방안을 다룬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 부모개입을 위한 가이드'를 전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및 본원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
가이드에서는 은둔형 청소년 실태, 특성을 비롯해 자녀의 은둔 위험 수준 파악하기, 은둔자녀에 대한 이해돕기와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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