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숨진 직원 선혈 그대로인데..한노총 "사고현장 흰천 가리고 작업시켜"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8 08:07

수정 2022.10.18 16:31

YTN 캡쳐
YTN 캡쳐
[파이낸셜뉴스] 홀로 작업하던 23살 여성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 SPC 계열사 제빵 공장이 사고 현장을 천으로 가려놓은 채 직원들에게 작업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장 사진까지 공개됐다.

17일 YTN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여성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SPL 제빵 공장 측은 직원이 사망한 바로 다음 날부터 사고가 났던 배합실만 흰 천으로 가려놓고 다른 기계들로 공정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측은 고용노동부가 혼합기 9개 가운데 안전장치가 없는 7대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다른 기계로는 작업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YTN이 공개한 공장 내부 사진에는 사고 현장인 배합실만 흰 천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옆에서 다른 직원들이 작업복을 착용한 채 일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고 다음날 현장을 방문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근무하는 직원들이) 사고를 알고 있는 분들이고 저분들이 아마 대부분 현장을 목격했을 수도 있는데 저렇게 되면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는 상태에서 일한다는 것이잖나. 굉장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고 이후 고용부는 방호장치가 없는 혼합기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서 동료 노동자들은 죽은 노동자의 선혈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며 "뒤늦게야 나머지 2대 혼합기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사고가 발생한 3층 전체의 공정 중지도 권고한 고용부의 감독행정은 안이하고 부실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고용부와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기계에 덮개를 올리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위법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특히 8일 전 다른 노동자가 혼합기에 손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점에도 주목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동료 직원들은 현장 안전에 문제가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혼합기 작업을 보통 혼자서 맡아 했던 터라 사고에 취약했다는 것이다. 안전교육도 일과시간 이전에 무급으로 진행하다가 직원들이 항의하자 아예 교육을 없애 버린 뒤 가짜 교육확인서에 서명만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SPC 측은 "2인 1조로 근무하려 노력했고 안전교육도 매달 2시간씩 따로 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안전 관련 교육이 부실했던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SPC는 사고 직후엔 입장표명 없이 해외 진출 홍보자료만 배포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사고 발생 이틀 만에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놨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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