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시장도 안좋은데 세금까지…야당, 동학개미 울리나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9 05:00

수정 2022.10.19 05:00

한투연, 민주당 상대 '금융투자소득세' 강행 반대시위 예고
한투연 "한국 증시, 외국인 단타선수들의 놀이터 될 것"
공매도 국민피해 정부조사 촉구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잠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잠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동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강행 관련 반대시위를 예고했다. 당초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정부와 여당이 2년 유예를 제시했고, 야당이 원안대로 강행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시적 공매도 제한 등 개인투자자 친화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과 상반된 반응이 나올 전망이다.

다시 불붙은 금투세 논란…2년 유예냐 강행이냐
금융투자소득세 개요 /그래픽=정기현 기자
금융투자소득세 개요 /그래픽=정기현 기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18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금투세 도입이 내년에 강행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망가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강행이 결정되면 실망 매물 나와서 주식시장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 틈을 타서 공매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상하는 그 이상의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큰 손이 빠져나가면 추세가 무너진다. 연쇄적으로 시장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대만의 경우 1989년 금투세 강행 1개월 후 40% 급락했고 정부가 백기투항하고 철회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상장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대주주’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나머지는 주식 양도세를 내지 않고 증권거래세만 낸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세금을 내야 한다.

한투연은 금투세 도입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사 앞 등에서 집회 등 강경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고용진, 신동근, 유동수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선 1인 시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 8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공매도 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 8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공매도 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여야는 2020년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연간 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낸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 도입에 합의하고,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시장 환경의 변동성이 큰데 이럴 때 주식시장과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를 변화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유예 방침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와 함께 도입되는 증권거래세율 인하(기존 0.23%에서 내년 0.20%, 2025년 0.15%로 단계적 인하)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볼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증권사 고객의 실현 손익 금액을 분석한 결과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전체의 0.8%에 불과했다.

유동수 의원은 “지난해 국내 5대 증권사 고객의 실현 손익 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0.8%에 불과했다. 정부가 금융투자소득 상위 1%를 위한 대책을 쏟아내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투연은 증권거래세율 인하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 대표는 "외국계 단타거래 특화 증권사들이 있다. 금투세와 함께 도입되는 국내 거래 수수료가 없으면 외국인들이 몰려 올 것이다. 알고리듬에 근거 프로그램으로 수천번 매매 할 수 있다. 운좋은 개미들은 단타로 수익을 거두겠지만, 대다수는 외국인 단타 선수들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 외국인, 기관은 개인보다 빠른 전산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스피에 갇힌 증시, 개미는 운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24포인트(1.36%) 오른 2,249.95에, 코스닥은 15.09포인트(2.21%) 오른 697.09에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24포인트(1.36%) 오른 2,249.95에, 코스닥은 15.09포인트(2.21%) 오른 697.09에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코스피는 2007년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다. 15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2000선에 있는 것과 관련 정 대표는 '박스피'의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코스피가 15년 간 박스피에 머무는 것은 공매도 세력이 '사이클'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연관 깊다. 현물을 매수해 고점에서 이익을 챙기고, 공매도로 다시 이익을 얻는 무한반복이 만든 결과"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사이클을 잘 타는 투자자는 돈을 벌지만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은 장기투자해도 돈을 잃거나 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며 "정부가 국민피해를 조사해야 한다. 공매도 계좌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면 다른 투자자들인 국민 대부분은 손실을 낸 셈"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코스피의 박스피를 넘어 하락세를 경고하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최근 발간된 한국시장 보고서에서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2600에서 2400으로 내렸다. 또 코스피 전망 상단은 기존 2800에서 2600으로, 코스피 전망 하단은 기존 2100에서 1900으로 조정했다.

맥쿼리증권은 "매크로(거시경제) 지표의 예상보다 더 빠른 둔화와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의 지속적인 하향 조정을 고려해 12개월 코스피 목표치와 강세장(bull case)·약세장(bear case)에서의 목표치를 낮췄다"고 밝혔다.

맥쿼리증권은 "2024년 거시경제와 EPS 성장을 고려할 때 현재 시장이 거시경제의 악화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코스피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요인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크로 지표의 둔화는 더욱 가속하는 데 반해 기업 실적 전망은 아직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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