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세 자매의 승리죠."
'작은 아씨들'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는 700억원을 쫓는 이야기에서 기회의 부족과 가난 등 여러가지와 싸우는 젊은 세대의 싸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부자와 빈자의 싸움의 결과에 대해선 "세 자매의 승리죠"라고 답하며 웃었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연출 김희원)은 세 자매가 거침없이 질주하는 이야기로 인기리에 마무리됐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영화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정서경 작가가 집필을 맡았으며, 드라마 '빈센조' '왕이 된 남자' '돈꽃'의 김희원 감독이 연출했다.
'작은 아씨들'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현대 한국 사회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오인주(김고은 분), 오인경(남지현 분), 오인혜(박시후 분) 세 자매의 현실에서 시작해 거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극 말미에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진화영(추자현 분)이 법정에 등장해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했다. 진화영은 원상아(엄지원 분)의 죄를 증언해 오인주는 700억원 횡령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폭발한 원상아는 자신을 배신한 장사평(장광 분)을 살해하고 진화영을 납치했다. 오인주는 진화영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그의 자택으로 향했다. 결국 오인주, 최도일(위하준 분), 진화영이 힘을 합쳐 원상아에 대항했고, 결국 그는 자신이 계획한 염산 물에 빠져 숨을 거뒀다.
'작은 아씨들'은 가장 큰 권력에 대항한 한국의 작은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담으며 호평 속에 많은 드라마 팬들을 열광시켰다. 김희원 감독의 통쾌한 연출과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 및 엄지원, 엄기준, 위하준, 김미숙 등 배우들의 열연, 류성희 미술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작은 아씨들'을 완성시켰지만, 단연 그 중심에는 12부작으로 세 자매의 이야기를 끌어간 정서경 작가가 있었다. 그동안 유수의 영화들을 집필하며 스타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정 작가는 '작은아씨들'을 통해 두 번째 드라마에 도전했다. 뉴스1은 최근 정서경 작가와 만나 배우들의 열연부터 결말까지 '작은 아씨들'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작은아씨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어떤 점에서 '작은 아씨들'로 드라마를 쓰게 됐나.
▶영화 '아가씨'를 쓸 때 소녀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예전에 읽은 여자들이 주인공인 책을 찾아 읽었다. '작은 아씨들'은 막상 읽어보니 착한 자매였다. 이런 자매를 한국에 데려와보면 좀더 삐뚤어지지 않을까, 자기가 속한 세계에 도전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아씨들'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가난의 의미는.
▶가난의 의미가 풍요의 반대말이 아니고, 자기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방해물이 될 수 있다. 인경이에게 가난은 지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인주는 지키고 싶은 가족과 행복의 반대였다. 재능을 가진 인혜에게는 가난이 한계였다. 가난에도 여러가지 얼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난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도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상아 박재상 부부나 오혜석(김미숙 분)을 통해 보여준 부자는 어떤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나.
▶이야기에 등장하는 부자를 전형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한국 사회에서 가난하게 되는 플롯과 부자가 되는 플롯은 단순하다. '작은 아씨들'을 통해 가난한 가족과 전형적인 부자 가족을 보여주고 싶었고, 가난한 가족의 약한 세 자매가 부자와 싸우면 어떻게 될지를 담아내고 싶었다. 악의 출발점은 불평등에서 온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가장 악한 캐릭터는 초대받지 못한 요정이다. 원상아는 초대받지 못한 요정이고 억눌려있다 폭발하는 느낌이다.
-엄지원 배우가 빌런인 것은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다. 드라마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 시청자들에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유발했는데.
▶이 드라마가 반전이 많다고 한다. 이야기를 뒤집기 위한 반전을 꿈꾼 것은 아니다. 8화에서 원상아가 반전이고 10화에서 박재상이 반전이었다. 엄기준 배우는 주단태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은 악역 연기를 했다. 악역을 잘 구현하다가 똑같이 약자가 되면서 많은 사람의 동정을 받았다. '너도 인형일 뿐이었어' 그런 느낌인거다. 박재상이 죽을 때 너무 슬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악역이 죽는데 어떻게 슬플 수 있냐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안 됐다고 생각했다.
-박재상 역에는 엄기준 배우가 맞겠다 생각했나.
▶재상을 기획하면서 입체적으로 그리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재상은 그만이 가진 가장 대외적인 연기를 한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다. 기존 이미지를 이용하고 싶어서 주단태(엄기준)를 캐스팅했다.(웃음)
-극의 최종 빌런 원상아로 분한 엄지원 배우도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캐스팅은 어떻게 하게 된건가.
▶저희가 5부까지만 대본을 드리고 캐스팅했다. 그 이후 이야기에 대해서 많이 말씀 못 드렸다. 엄지원 배우는 이 캐릭터가 가진 잠재력을 알아보고 받아들여주셨다. 연기가 받쳐주지 않으면 허황된 캐릭터일 수 있다. 엄지원 배우 안에는 원상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는 악역이지만, 이 안에는 어린아이 같은 면이 들어있다. 엄지원 배우는 마지막까지 자기가 악역이 아니라고 하더라.
-원상아, 박재상 관계성이 많은 드라마 팬들을 불러모은 것 같다. 두 사람은 어떤 관계였나.
▶이 세계의 중심은 원상아다. 원상아의 관점에서 시작했다. 자기 힘만으로 꼭대기에 설 수 없을 때 자기 마음대로 움직을 수 있었던 사람이 박재상이다. 원상아는 박재상의 12살 때 꿈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람이 가진 꿈과 사랑을 이용해서 캐스팅했다. 박재상이 마지막에 인형처럼 망설임없이 뛰어내리는데 원상아에게는 자기 배역이 움직이는 순간이었겠지만 박재상에게는 자기 역할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작은 아씨들' 원작은 네 자매가 나온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는 넷째가 가난한 환경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데. 시작부터 세자매로 시작한 이유가 있었나.
▶'작은 아씨들'을 쓴다면 네 자매라고 생각할텐데, 드라마를 쓰는 입장에서 네 사람은 많았다. 이성, 감성, 영혼으로 나눈다면 나머지는 무슨 역할을 맡아야하는지 고민했다. 원작 베스가 유년기의 종말을 알리는, 극적으로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 자매에서도 셋째가 죽음이고 죽음은 가난의 공포, 죽음의 공포를 극적인 역할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성 캐릭터가 여성에 대한 사랑으로 움직인다. 그런 점에서 '작은 아씨들'은 장르물에 로맨스를 더했다고 보기도 한다.
▶인물 구성할 때 가장 먼저 목표를 설정한다. 세 자매에게는 목표가 분명하다. 남성 캐릭터인 도일(위하준 분)은 독립과 재탄생으로 목표를 잡아서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 끝에는 이 사람이 몰랐던 사랑을 알게 된다. 도일 이야기 속에는 자신의 감정을 일깨워준 인주가 조력자다. 박재상도 자신이 권력을 갖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동력이 사랑이었다. 이제까지 남성 캐릭터에게 덜 탐구된 영역을 찾다보니 사랑이 목표가 됐다. 남성 캐릭터가 하는 역할이 전통적인 남성 플롯에서 여성이 하는 역할이었다. 누군가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감정적인 조력도 필요하다.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었다.
-'작은 아씨들'에는 사랑이 있나.
▶당연히 사랑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재상이 찾고자 한게 아버지가 끝내 도달하지 못한 권력이라면 (권력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빈 부분이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박재상이 가지고 싶은 것은 감정적인 충만함이라 생각한다. 도일도 어머니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살인 누명을 썼다. 도일의 끝도 사랑을 회복하는 거라 생각했다. 이게 자매들이 자기 자신을 찾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여성 서사가 영화, 드라마 계에서 많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대중성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은 아씨들'은 여성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때가 돼서라고 생각한다. 스튜디오 드래곤의 뛰어난 여성 제작진을 만났고 우리가 편하게 추구하는 것을 쓰다보니 여자가 나와서 질주하게 됐고, 그리고 이 내용을 여성 시청자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반응을 얻게 돼서 무언가를 더 시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로맨스를 싫어하는 여성 시청자들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작은 아씨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인만큼 누구나 자기 자신을 찾는 이야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인경과 종호(강호 분)는 키스신이 있었지만 도일과 인주는 키스신이 없었다. 이를 아쉬워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는데.
▶일부러 도일 인주를 안 민게 아니다.(웃음) 인주는 관계적인 사람이고 가족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 방법으로 결혼을 택한 적도 있다. 인주에게 남겨진 과제는 관계가 아닌 독립이다. 그래서 도일과 인주를 엮어놓기 힘들었다. 인주는 자기만의 집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거라 생각했다. 인경은 이제까지 자기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고 살았다. 종호를 좋아하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인경의 성장은 종호를 받아들이는 것이어서 키스를 할 수 있었다.
-보통 어떤 이야기에 끌리나.
▶이야기는 본래, 원시시대를 생각해보면 젊은 사람에게 지혜를 나눠주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성세대의 회고록적인 이야기가 아닌, 젊은 사람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나라에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작은 아씨들'은 저축은행 사태, 자금 횡령, 부동산 등 우리나라 현대사를 떠오르게 한 장면들도 많았다.
▶'작은 아씨들'은 장르적으로 700억을 쫓는 이야기다. 돈의 기원부터 돈의 생애를 추적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제가 생각한 한국 현대사에서 돈이 가지는 의미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돈이 형성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 돈을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바라볼 수 있다. 뉴스를 바라볼 때 각각의 뉴스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사건이지만 연결해놓으면 하나로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음모론적인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것을 한국 근현대사와 연결시켜서 정란회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이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전쟁을 통해 부자가 됐고 지금 젊은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본다. (젊은 사람들은) 기회의 부족과 가난 등 여러가지와 싸운다. 부를 이룬 기성세대와 젊은 사람들의 전쟁이 맞붙으면 어떨까 해서 썼다.
-그렇다면 그 전쟁의 결과물이 뭐라고 보나.
▶저는 세 자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웃음)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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