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매장 같은데 배민에 여러 상호 등록해도 위법 아니라고?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9 18:14

수정 2022.10.19 18:14

공정위 "눈속임 아냐" 판단 논란
별점 낮을때 폐업·재등록은 위법
다크패턴 문제 명확한 원칙 필요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에 여러 개의 업체를 등록해 놓고 서로 다른 가게인 것처럼 영업하는 공유주방은 눈속임 상술(다크패턴)로 볼 수 없다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9일 공정위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동일 주소 내에 복수 업체 등록을 허용하는 행위만으로는 소비자에게 거래 상대방인 '음식점주', 거래 대상인 '음식물'에 대한 거짓 정보가 제공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 하나의 사업자가 한 가지 메뉴를 판매하면서 상호를 여러 개 등록해 운영하다가, 낮은 별점이나 나쁜 후기가 달렸을 때 폐업하고 새로운 상호를 등록할 경우 다크패턴 유형인 허위 증거(Testimonials)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낮은 별점이나 나쁜 이용후기가 삭제돼 소비자 입장에서 음식물의 품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종의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것.

실제 배달업계에 따르면 공유주방 형식의 다품종을 취급하는 배달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음식물의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살고 있는 김모씨(28)는 "족발 전문점 같은 상호와 로고를 보고 배달음식을 주문했는데 음식의 맛이 떨어져 실망했다"며 "알고보니 지하 1층에 자리한 공유주방에서 야식집처럼 각종 냉동음식을 해동 수준의 조리만 하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이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차등 적용해 소비자 선택권을 방해할 경우 정상적인 마케팅의 범위를 넘어서는 다크패턴에 해당한다고 봤다. 상품에 실제 큰 차이가 없는 데도 설명, 아이콘, 색상 등을 이용해 특정 상품에 우선순위가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할 경우 잘못된 계층구조(false hierarchy)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크패턴 기법은 배민 같은 플랫폼 앱 뿐 아니라 오픈마켓 등 웹사이트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6월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의 앱에서 최소 1개의 다크패턴 기법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다크패턴은 경쟁 질서와 소비자 신뢰를 저해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다크패턴 규제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공정위는 지난 7월 '전자상거래 사업자의 눈속임 마케팅으로부터 소비자 보호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오는 12월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인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예정이다. 소비자에게 악영향 미치는 정도가 큰 다크패턴에 대한 규율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의원은 "UX를 이용한 소비자 기만 행위가 결국 소상공인의 피해를 키우고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공정위가 다크패턴 관련 문제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거래 질서가 확립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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