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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현금상환 급증에 제약·바이오 '초비상'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9 18:35

수정 2022.10.19 18:35

증시 부진 여파로 풋옵션 증가
전환가격 조정도 늘어나는 추세
증시 부진의 여파로 상승장에서 앞다퉈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던 바이오업계가 역풍을 맞고 있다.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발행했던 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급증했고 일부는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CB와 BW를 조기상환한다고 공시한 바이오 기업은 바이넥스, 카이노스메드, 대화제약, 올리패스, 넥스턴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EDGC, 유틸렉스 등 15곳을 넘는다. 투자자가 투자금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현금으로 돌려받은 것이다.

1~2년 전 발행한 CB의 조기상환 기간이 도래하면서 풋옵션을 행사하는 채권자가 늘자 바이오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 전환사채는 발행 뒤 1~2년이 지난 시점부터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채권자들은 만기까지 CB를 계속 보유해도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보통주 전환을 하지 않고 원금이라도 건지겠다는 생각에 풋옵션을 행사한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임상시험 등을 하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풋옵션이 많아지면서 자금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1~2년 전에 발행한 CB 대부분이 최저 전환가액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기업들의 리픽싱(전환가격 조정)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바이오 기업의 리픽싱 사례는 3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제넨바이오, 셀루메드, 유틸렉스 등은 전환가격을 두 차례 이상 하향 조정했다. 10개사의 전환가격은 최저 리픽싱 한도를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리픽싱은 발행 당시 가격의 70%까지 조정할 수 있다.

바이오 기업들은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기는커녕 투자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자얀스레 자금 수혈에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다수 회사가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아이큐어, 오스코텍, 앱클론, 지놈앤컴퍼니,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카이노스메드, 제넥신 등이 유증을 통해 단행했다.

카이노스메드는 2020년 발행한 CB의 채무상환을 위해 26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아이큐어는 구주 1주당 신주 0.65주를 배정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지난달 유증을 통해 599억원을 조달했고, 제넥신은 1000억원 규모의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앞서 상반기에는 브릿지바이오, 넥스턴바이오, 지더블유바이텍, 크리스탈지노믹스, 쎌마테라퓨틱스 등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유증을 결정했다.

문제는 유증이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큐어는 유증 공시 이후 하한가를 기록했고 제넥신도 공시 다음날 12%가량 떨어졌다.

증권업계는 신용도가 낮거나 자금 조달력이 부족한 바이오업체는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연구개발(R&D) 성과를 입증하는 동시에 기술이전(L/O) 등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도 확실한 기술력이나 생존 전략 등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으로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부 바이오 기업의 CB 풋옵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위기로 건강한 기업은 살아남고 '좀비 바이오'는 사라지는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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