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증권사 매각설에 건설사 부도설까지…레고랜드發 사태 일파만파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0 10:49

수정 2022.10.20 17:16

증권사 차환발행 부담 내달만 10조7000억 눈덩이
"정부, 시장 망가질 때까지 '치킨게임' 하자는 거냐"

춘천 레고랜드 /연합뉴스
춘천 레고랜드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강원도의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 불이행 리스크가 증권사 매각설까지 번졌다. 레고랜드 테마파크에 국한되지 않고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부동산 PF발 자금시장 경색이다.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것으로 여겨져온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도 깨졌다. 해외에서도 이번 사건을 '워치리스트'에 등재, 대한민국의 국가신인도에 영향이 있을지 모니터링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20일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1조6000억원을 신속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건설사, 유동성 쇼크 우려 확산

이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증 ABCP 물량이 많은 유력 증권사 두 곳이 시장에 매각 대상으로 나왔다는 설이 나온다. 유력 원매자도 인수를 위해 가격제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설을 넘어 현실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모 유력 건설사도 부도설에 휩싸였다. 최근 수년 간 지식산업센터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장을 급격하게 늘렸다가 금리상승기의 유탄을 맞았다는 것이 IB업계의 시각이다. 또 다른 건설사는 그룹 계열사의 수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2000억원에 5000억원을 더해 7000억원 규모로 전해졌다.

유동화시장 유동성 위기에 따른 증권사의 위기는 진행 중이다. NICE신용평가는 "현 유동화 시장에 유례없는 상황이 이어져 당국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보강에 의한 단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은 NICE신용평가 평가 건 기준 10월 18일 이후 6조2493억원이 차환발행 돼야 한다.

증권사 매입보장약정의 경우 차환발행 위험만을 증권사가 부담한다. 이러한 유형을 합하면 6조7013억원이 이달 말까지 차환발행 돼야 한다.

신용보강과 매입보장에 의한 증권사의 단기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규모는 11월 10조7297억원, 12월 9조7574억원, 2023년 1월 10조7618억원, 2월 9조3566억원, 3월 9조4421억원, 4월 8조668억원, 5월 9조2568억원, 6월 8조3995억원 순이다. 올해 10월 18일 이후 내년 6월까지 82조4720억원에 달한다.

18일 기준 국내 유동화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강에 의한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7614억원이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지자체 신용공여 PF 유동화증권은 3115억원이다. 봉명산단제이차(춘천시), 드림리치제일차(충주시) 등이다.

홍성기 NICE신용평가 SF평가본부SF평가1실장과 이명준 SF평가본부선임연구원은 정책당국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NICE신용평가는 "유동화 시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발행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각 거래 참가자의 신용위험으로 전이되는 현상"이라며 "아직까지는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런 시기가 더 길어지면 차환발행 중단에 의해 건설사,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현재 차환발행 되고 있는 PF 유동화증권 만기가 1개월 내외로 단축되고 이쓴 현상은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사 단기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규모 /그래픽=정기현 기자
증권사 단기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규모 /그래픽=정기현 기자
정부 채권 무제한 매입 요구 커진다

문제는 브릿지론 투자자들이 일시적인 위기 해소를 위해 이자 후취에 동의한 점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1년 뒤 차주의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시장의 또 다른 위기로 작용 할 수 있어서다. 일부 보험사는 브릿지론 투자 관련 이자 후취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릿지론이란 단기차입금으로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통한 자금 조달 전 부지 매입 및 경비 조달 목적으로 통상 사용된다.

이에 정부를 상대로 채권 무제한 매입 요구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이 망가질 때까지 '치킨게임'이라도 하자는 거냐"며 "빠른 조치 없이는 시장 전체가 망가질 판"이라고 말했다.

레고랜드 채권자들은 강원도를 상대로 토지공매, 지급금 반환청구소송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레고랜드 ABCP 2050억원을 나눠서 편입했다.

이들 증권사는 신탁, 위탁계좌 등 고객계정에 1950억 원을 나눠 편입했다. 증권사별로 신한투자증권(550억원)이 가장 많았고 IBK투자증권(250억원), 대신·미래에셋·삼성증권(각 200억원), NH투자·한국투자·DB투자증권(각 150억원), 유안타·KB증권(각 50억원) 순으로 가져갔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의 법인투자자 대상 펀드에도 100억원이 편입됐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시장안정을 위한 금융위원장 특별지시사항'을 통해 "채안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을 통해 신속한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추가 캐피탈콜(펀드자금요청) 실시도 즉각 준비하겠다"며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지원 등도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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