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모기, 나만 문다 했더니" 피부에 사는 '미생물' 때문이었어?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0 07:59

수정 2022.10.20 17:1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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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 장소에 여럿이 있어도 유독 특정 사람만 모기에 물린다면 피부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을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

모기가 특정 사람을 더 잘 무는 이유는 피부에서 수많은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카복실산'이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모기가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날아든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원인이 규명된 것이다.

20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록펠러대학 신경과학 연구진은 최근 피부에 사는 유익균이 피지를 먹어치우면서 생산하는 카복실산이 모기를 끌어들인다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그간 모기가 체취를 맡고 날아든다는 점은 부분적으로 규명됐지만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카복실산이 '주범'이라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록펠러대 신경생리학자 레슬리 보스홀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자원자 64명의 팔에 나일론 스타킹을 착용하게 해 체취를 모은 뒤 이를 5㎝ 크기로 잘라 '이집트숲모기'를 대상으로 1대1 유인 대결을 펼쳤다.


연구진은 수십마리의 모기를 가둬 둔 곳에 두 사람의 체취가 각각 담긴 나일론 스타킹 조각을 양옆에 두고 어느 쪽에 더 많은 모기가 몰리는지 순환대결 방식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한 참가자 시료가 모든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해당 시료를 분석해 보니 이 참가자의 시료에 있는 카복실산은 가장 많이 패한 참가자의 10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피부의 피지를 통해 카복실산을 만드는데, 피부에 서식하는 수백만 마리의 유익균이 피지를 먹어 치우는 과정에서 더 많은 카복실산을 형성해 치즈나 발 냄새와 비슷한 향을 만들어 모기를 끌어들인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카복실산에 따른 냄새의 차이는 인간이 느끼기는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실험에 이용된 나일론 스타킹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모기는 체취에 극도로 민감해 향수로도 이를 덮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은 같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3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먹은 음식이나 사용한 샴푸, 비누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언제나 같은 사람에게서 나온 스타킹 시료에 모기들이 몰렸다.


보스홀 박사는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지금 모기에 잘 물린다면 3년 뒤에도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보스홀 박사는 다만 "피부에 서식하는 미생물 구성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면서 "실험에서 나타난 차이는 박테리아 형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피부에서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의 생성을 방해하거나 감소하는 법을 알아내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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