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빙하기 맞은 벤처업계 ‘비상’
금리 부담에 VC·사모펀드 신중
9월 스타트업 베팅 3816억 그쳐
300억 이상 투자는 달랑 1건뿐
기업들 울며 겨자 먹기 구조조정
임대료 싼 곳으로 사무실 이전도
금리 부담에 VC·사모펀드 신중
9월 스타트업 베팅 3816억 그쳐
300억 이상 투자는 달랑 1건뿐
기업들 울며 겨자 먹기 구조조정
임대료 싼 곳으로 사무실 이전도
■스타트업 '돈맥경화' 심해져
20일 국내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금액이 올 들어 처음으로 5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중대형 투자가 급속도로 감소했다. 300억원 이상 투자는 지난 8월 7건에서 지난달 1건으로 급감했으며 100억원 이상 투자는 17건에 그쳤다. 반면 10억원 이상 투자는 25건, 10억원 미만 및 비공개 투자는 80건으로 투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한 금액 중에서도 대부분이 초기투자에 몰린 셈이다.
이처럼 벤처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주요 원인으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이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투자가들의 투자 부담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강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창업벤처연구실장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국제적인 유동성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보기 시작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예금만 해도 금리가 높기 때문에 굳이 모험자본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투자시장 침체로 국내 대다수 스타트업은 지난해 대비 올해 경영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최근 국내 스타트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스타트업 애로현황 및 정책과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9.2%는 지난해보다 올해 경영여건이 더 어렵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와 '코로나 등에 따른 내수시장 부진'이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투자시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우리와 같이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힘든 시기에 놓였다"며 "스타트업은 그 어느 때보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도 "고금리로 투자유치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회원사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투자금 자체가 줄다 보니 스타트업 대다수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옥석가리기 시기…자구노력 필요
투자시장이 위축되면서 벤처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자 업계 내부에선 임대료가 더 싼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기업 알스퀘어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기존에 쓰던 사무실보다 더 좁은 곳으로 공간을 옮겨가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전까진 강남 아니면 안된다는 곳도 많았는데 이젠 시각을 넓혀 좀 더 임대료가 싼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 이전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마지못해 폐업을 택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 수산물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늘식탁'은 300여개 협력업체에 40억원 규모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지난 8월 말 전 직원 8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앱 사용자 분석 스타트업 '유저해빗'은 창업한 지 3~7년 차에 찾아오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투자시장 위축으로 스타트업은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한동안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어 벤처 투자시장이 이전만큼 회복되진 않을 것 같다"며 "금리가 예정된 정도까지 올라가고 안정화돼야 벤처 투자시장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데 1~2년간은 크게 상황이 좋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원장은 "투자시장이 좋을 땐 미래지향적이거나 허황된 비즈니스 모델들도 투자를 받았지만 지금과 같이 시장이 좋지 않을 땐 확실한 게 없으면 투자받기가 어렵다"며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이전보다 훨씬 더 견고하게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는 등 자구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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