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황금돼지띠' 중3의 고교 입학 전쟁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0 05:00

수정 2022.10.20 18:30

2007년 출생아 많아 정원 초과
평준화고 배정 탈락자 많을듯
'황금돼지띠' 일부 중3 학생들이 인근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동네를 떠날 위기에 처했다. '황금돼지의 해'라 불리는 2007년 출생아 수가 다른 해보다 많아 학령인구가 일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속칭 '뺑뺑이'로 불리는 추첨제 동네 평준화고에 모두 진학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 용인 일부 중학교는 우선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평준화고에 배정할 예정이지만 자칫 평준화고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어 진통이 우려된다. 평준화고에 갈 여력이 안될 경우 가족 전체가 타 지역으로 이사 해야 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용인 관내 한 중학교는 지난 14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고교입시 관련 학교설명회를 열었다.
학교측은 "2007년생 중학생이 많아 평준화 배정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향후 내신성적 순으로 배정자를 추려 내년 1월 6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고교입학 평준화 지역으로 무시험 추첨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집 정원 대비 지원자 수가 몰릴 경우 내신 성적 순서로 배정자를 추릴 예정이다. 2007년생이 많아 올해엔 배정 탈락자가 발생할 여지가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에서의 진학 유입도 탈락자가 늘어나는 변수다. 화성시에서만 지난 2년간 93명의 신입생이 용인시로 들어왔다. 용인시 거주 학생이라도 성적에 따라 통학 한 시간 이상 거리의 외부 지역 고등학교, 또는 특성화고등학교로의 진학을 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도 교육청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학생 수를 미리 파악할 수 없으므로 이를 반영해 고등학교 모집 정원을 늘릴 수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중3 자녀를 둔 주부 안모씨(49·용인시 거주)는 "유입되는 학생 수 증가를 예상해 외부 유입 추정 인원만큼을 고등학교 정원에 추가로 반영할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경우 고교 추첨에서 탈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07년생들이 중학교에 입학한 2020년 당시 중학생은 131만5846명으로 전년에 비해 2만1287명 반등했다. 반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전년대비 5만여명, 7만여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한시적으로 출생아 수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년도 대비 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각 시·도 교육청은 기존에 받던 고등학교 모집 정원을 늘리고는 있지만 외부 유입 인원 등으로 인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용인시 관내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 교육청이 이러한 변동 사항을 9월 말과 10월 중순이 돼서야 각각 중학교 교사 연수 및 학부모 설명회를 통해 공지했기 때문이다.

안모씨는 "2007년에 출생아가 다른 해보다 더 많이 태어났다면 교육청은 미리 충분히 예측해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면서 "고교 진학을 불과 몇개월 앞두고 이제서야 통보하면 학부모로서는 교육청이 무책임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은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교 진학 우려에 대해 배정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이 아니며, 평준화 지역에서는 모집 정원 대비 응시자 수가 더 많을 경우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학부모들에게 공지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각 고등학교 별 모집 정원은 당해 3월 교육청 내 각 부처와 협의를 거쳐 8월 31일자로 확정을 짓고, 9월 1일에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알리는 과정을 거친다"며 "때문에 교사 연수 및 학부모 설명회를 9월 이후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배정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학생 수의 경우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므로 원서 접수를 받아야 탈락자를 가늠할 수 있다"며 "이미 관내 고등학교 중 일부는 과밀 학급 상태라 외부 유입 추정 인원까지 모집 정원에 반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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