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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공포 앞으로 더 심해진다…"연말 '디폴트' 우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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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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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기업의 돈줄이 말라간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자기자본 조달은 언감생심이고 시시각각 뛰는 금리에 대출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연말쯤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자금 경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큰 중소 증권사나 여전사(카드·캐피탈) 등으로 전이돼 '금융 리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등의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의 자금경색은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며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로 인해 연말엔 일부 기업의 '연쇄 부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긴축이 시작되면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일어날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이 됐던 일이지만, 현재 시장의 자금경색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강원도가 보증해 우량채권으로 분류됐던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증권)가 디폴트 사태를 맞으면서 회사채 시장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고 이로 인해 자금 경색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현재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상황은 초입단계이며, 금리인상이 이어지는만큼 앞으로 회사채 발행이 마비되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연말, 내년 초 쯤엔 실질적으로 기업의 '디폴트'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디폴트는 중소형 건설사부터 시작해 관련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많은 중소형 증권사와 여전사까지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고 황 연구원은 봤다. 기업의 자금 위기가 금융권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실제 채권시장에서 '돈줄'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실시한 3분기 공모 무보증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총 65건 5조5000억원이 진행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건수로는 43% 금액으로는 39%가 줄었다.

단순히 수요예측 규모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실제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 경쟁률은 196%를 기록해 지난해 348%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AA등급 이상 우량채는 4조2000억원 예측에 9조7000억원의 수요예측으로 233%의 경쟁률을 기록, 견조한 수준을 보였으나 등급이 한단계 아래인 A등급은 예측규모가 1조1000억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 2조9000억원에 비해 절반 미만으로 감소했다. 수요예측 경쟁률도 61% 수준에 그쳐 지난해(364%)보다 6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전문위원은 "이번 3분기 채권 수요예측에는 AA등급에 73%의 수요가 몰린 반면 A등급은 19%에 불과해 극단적인 양극화를 보였다"면서 "A등급은 16건, 95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해 미매각률이 14%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미매각률이 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채권 시장의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채권을 매입하는 기관이나 최근 급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도 안전성이 높은 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다"면서 "한전채 등 AAA 등급 채권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금리마저 높게 책정되다보니 A등급이나 BB등급 등 위험도가 높은 채권은 아예 발행에 실패하는 '미매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최고 우량등급 채권 중 하나인 한전채는 20일 기준 23조5500억원이 총발행됐다. 지난해 10조4300억원에서 2배 이상, 2020년 3조5000억원에서 무려 7배 이상 급증한 물량이다.


한전채 물량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자금이 초우량채권인 한전채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여기에 레고랜드 ABCP 디폴트사태까지 겹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자금경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채권 시장 자금 경색과 양극화는 결국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실력있고 견실한 기업도 자금 운용의 어려움으로 '흑자부도'가 날 수 있다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교수)은 "기업이 자기자본으로만 운영되는 경우는 2% 수준에 불과하고 98%의 기업은 타인자본, 즉 자금 조달을 통해 운영되는데 회사채 시장의 자금 경색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중소 금융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당국이 최근 조성에 돌입한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화펀드)는 민간 출자 펀드로 그 한계가 명확하고 규모도 너무 적기 때문에 신속하고 빠르게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