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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부모·형 숨지게 한 30대는 왜 '심신미약' 인정됐을까

뉴스1

입력 2022.10.22 08:01

수정 2022.10.22 08:0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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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A씨는 2008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했다. 이듬해 가족들은 A씨의 대학 입시를 위해 학원들이 몰린 지역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A씨는 입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 후 A씨는 '가족이 나를 무시한다'는 피해의식에 시달렸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망상 증세도 보였다.

A씨는 혼잣말도 했고 갑자기 자해도 했다.

A씨는 2010년과 2016년 편집성 정신분열병과 조현병 진단을 각각 받았다. 그는 결국 가족의 권유로 정신건강의학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답답함을 이유로 퇴원을 요구하던 A씨는 병원 복도에서 만난 어머니를 폭행했다. 그는 담당 의사에게 자신의 퇴원 후 가족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섬뜩한 메시지도 던졌다.

지난해 A씨는 특별한 사회 활동 없이 집에서 주로 생활했다. 그러던 중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그는 자신의 망가진 인생은 가족 탓이라는 피해의식에 또다시 휩싸였다.

A씨는 올해 초 살인죄의 형사 재판 소요기간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이윽고 그는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해 집으로 향했다.

그는 잠든 부친을 숨지게 했다. A씨는 다른 방에 있던 형도 공격했으나 형은 어머니가 A씨를 막는 틈에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A씨는 어머니를 공격해 숨지게 했고 형도 다시 공격해 현장에서 사망하게 했다.

A씨는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는 피해자들과 혈연관계에 있지 않아 그에 따른 갈등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디엔에이(DNA) 감정과 가족관계 서류 등을 종합할 때 그의 주장은 사실로 보기 어려웠다.

재판 쟁점 중 하나는 '심신미약' 인정 여부였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사물 변별 능력이 없거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에는 심신장애로 사물 변별 능력 등이 미약한 사람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재판부는 A씨가 장기간 앓은 조현병으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봤다. A씨가 2010년 조현병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2016년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그 증세가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에도 증상들이 악화해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5년형을 선고했으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규정한 양형기준 범위에서 유기징역형을 부과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정신질환 내용 등을 살펴보면 범행의 중대성을 A씨의 책임으로 오롯이 귀속시키기는 어렵다"며 "예방적·사회 방위적 관점에서도 무기한 혹은 장기간 구금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A씨는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해 일반 교정 기관에서 수형 생활을 하기 어렵고 다른 재소자들의 수형 생활에 방해 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형 선고와 더불어 A씨의 치료감호를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