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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법인세 부담률 '칩4' 중 최고…美·대만의 2배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4 06:00

수정 2022.10.24 06:00

글로벌 시총 100대 기업 중 韓 3곳
美 28곳, 대만 10곳 등에 밀려
매출액 대비 R&D 투자 최하 수준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인 이른바 '칩4'(미국·한국·대만·일본)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단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순위는 4개국 중 가장 낮았고, 법인세 부담률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경쟁 우위 유지를 위해 국가 차원의 세액공제 혜택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올해 1월~9월 평균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의 경영지표 비교를 실시한 결과 100대 기업 중 칩4에 속한 기업은 48개사로 절반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한국은 3곳에 불과해, 미국(28개사), 대만(10개사), 일본(7개사)에 밀렸다.

중국 기업은 42개사로 칩4를 모두 제쳤다.
SMIC(28위·파운드리 세계 5위), TCL중환신능원(31위·태양광·반도체 소재), 칭광궈신(32위·IC칩 설계·개발), 웨이얼반도체(38위·팹리스 세계 9위) 등이 포함됐다.

중국기업들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부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기업의 2018년 대비 2021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6.7%로 중국 외 기업(8.2%)에 비해 성장성이 약 3.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기업의 2021년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 비율 역시 124.7%로 중국 외 기업(47.7%)의 2.6배를 기록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대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시총순위는 전부 떨어졌다. 2018년 이후 삼성전자 2계단, SK하이닉스 4계단씩 하락했다. 2018년 글로벌 반도체 시총 1위였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엔비디아에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밀렸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10위였지만 19위였던 팹리스 미 AMD 등에 추월당해 14위로 하락했다.

한국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2018년 16.3%에서 ’21년 14.4%로 수익성이 1.9%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8년∼2021년 경쟁국들의 수익성은 미국 3.9%포인트, 일본 2.0%포인트, 대만 1.1%포인트씩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는 2021년 63.1%로 칩4 중 최고로 나타났다. 한국, 대만처럼 반도체 생산에 강점을 가진 부문은 매년 대규모, 최신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단가를 낮추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한국기업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설비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1년 총 48조원을 설비투자에 썼으며, 2021년 설비투자 비율을 2018년 대비 3.3%포인트 늘렸다.

한국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는 2021년 8.3%로 칩4 중 4위로 가장 낮았다. R&D 투자 비율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에서 높고 한국·대만의 메모리·파운드리처럼 생산공정이 중요하면 낮은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기업들은 D램·낸드플래시 등 기존사업 기술개발 및 인공지능(AI), 차세대 메모리 등 미래기술 확보를 위해 R&D 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21년 26.9%로 칩4 중 가장 높았다. 미국(13.0%), 대만(12.1%)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18년 25.5%로 4개국 중 이미 최고였는데 3년 새 1.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투자촉진책 등 감세 정책을 펼친 결과 지난해 법인세 부담률이 2018년 대비 3.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법인세 부담률은 4개국 중 4년 연속 최저로 조세환경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은 경쟁국에 비해 큰 세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 효과가 누적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패권 장악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투자유치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우위를 유지하려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미국처럼 25%로 높이는 등 공세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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