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유홍준 "30년간 써온 답사기, 이번엔 자신 없었다" 왜?

뉴시스

입력 2022.10.25 14:14

수정 2022.10.25 14:14

기사내용 요약
25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12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서울=뉴시스]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유홍준 작가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12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창비 제공) 2022.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유홍준 작가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12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창비 제공) 2022.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이번 책은 써놓고 나서도 굉장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한국 인문서를 대표하는 시리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서울 편'의 마지막이자 시리즈 11, 12권을 펴내며 불안감을 표현했다. 그간 한국 편 10권, 일본 편 5권, 실크로드 편 3권을 출간해온 저자지만 이번 신간은 그간 해보지 않은 시도였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진행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사실 9, 10권을 궁궐 중심으로 쓴 뒤에 서울 답사기를 마칠까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궁 밖의 지역은 현재 교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문화유산이라는 개념에서는 안 써도 그만이지 않나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써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에 옛날이야기를 쓴다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유 이사장이 찾은 해결책은 고고학의 방법을 오늘날에 적용하는 '고현학'의 방식이었다. 그는 소설가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언급하며 "고고학이 과거의 인물을 가지고 (그 시대를) 연구를 하는 것이라면 박태원이 쓴 것은 현재의 것을 가지고 현대의 연구하는 방법론"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쓴 이야기가 어찌 됐든 한 시대의 삶을 이야기하는 증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00년 후 사람들에게는 한국문화 형성 과정에 대한 좋은 기록이자 증언으로 남지 않을까 싶은거죠. 후대 사람이 이 시대를 보는 것은 마치 우리가 과거를 보는 것과 똑같으니 내가 하는 이야기가 후대인들에게는 나름의 감명이 있지 않겠냐 생각하며 쓴 거죠."

[서울=뉴시스]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유홍준 작가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12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창비 제공) 2022.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유홍준 작가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12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창비 제공) 2022.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이번 답사기의 11권은 서촌, 북촌, 인사동 등 서울 사대문 안의 오랜 동네를 거닐고 12권은 성북동, 선정릉, 망우리 별곡 등을 살피며 유 이사장이 "특별한 장르 개념 없이 살면서 본대로, 느낀 대로" 적었다.

책에는 그의 경험이 곳곳에 녹아있다. 서울 서촌 창성동에서 태어난 그는 11권을 통해 어린 시절 살았던 적산가옥을 떠올리고 인사동이 60년대 고서점 거리에서 화랑 거리로, 이어 쌈지길로 변해가는 과정을 추억한다. 책의 부제가 '내 고향 서울 이야기'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도 여전하다. 12권에서 '망우리 별곡'이 공동묘지에서 역사문화공원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다룬 그는 "망우리 공동묘지가 1934년 개장해 40년 동안 운영되다 이제는 완전히 자연 복지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망우리 공원) 사진을 보면 아마 감동적일 겁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성묘객이 모이던 곳에 이제는 만해 한용운, 이중섭, 박인환 등 문화 인물 40명만이 남았어요. 파리의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는 무덤이 이뻐서가 아니라 쇼팽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찾아가는 겁니다. 여기 중랑구에도 그런 의미가 있는 역사문화공원이 있는 거죠."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공유를 위해" 썼다. 유 작가는 "내가 살아왔던 과정을, 나라고 하는 인간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후대 사람들이 이 시대의 사람이 나름대로 달리 보았구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어떻게 변해서 여기에 왔는지 공유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통해 향수 집필 계획도 전했다. 93년부터 29년간 시리즈를 이어온 그는 "30년을 이어온 답사기에 쉽게 마침표로 끝내기 힘들다"며 "정말 다 다루려면 20권까지는 가 야할 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 중 쓰지 않은 것도 많고 지자체에서 우리 동네를 다뤄달라는 요청도 많다"고 했다.

"현재는 15권을 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토박물관 순례 개념으로 내가 그간 쓰지 않은 곳을 다니며 마무리하려고 해요. 연천 전곡리 선사시대 유적지를 돌고 독도에 가서 마지막 이야기를 끝내려고 합니다.
"

한편,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그는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개방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개방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우선 준비를 하고 진행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미 개방이 된 상황에서는 건축가 공모를 국제적으로 열어서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정부에 있었으면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을 것"이라는 저자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아이디어로 할 게 아니라 전문가와 건축가들에게 맡겨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12권 (사진=창비 제공) 2022.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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