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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재판에 다시 등장한 '이재명'과 유동규의 '작심'[법정Talk]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6 05:00

수정 2022.10.26 05:00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오전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오전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 주
법정 안팎에서는 정형화된 '재판 기사'에는 다 담지 못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딱딱한 문장에 다 담기지 못하는 법정 안의 생생한 공기와 법령의 역사, 재판 혹은 판결문 행간에 숨은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24일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름을 언급합니다. 첫 공판이 열렸던 올해 1월 10일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이름이 처음 법정에서 거론된 지 9개월여 만입니다. 대장동 재판 초기인 올해 3~4월, 김민걸 회계사와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의 증언 이후 한동안 이 대표 이름은 법정에서 자취를 감췄는데, 다시 재판 전면에 등장한 겁니다.



이는 최근 유 전 본부장이 연일 '작심 발언'을 쏟아내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최근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을 오가며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간 유 전 본부장 측은 법정에서 대장동 사업 설계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 집중해왔는데요. 다시금 이 대표의 이름을 거론하며 대장동 사업에서 이 대표의 역할과 책임을 부각하고 나선 유 전 본부장. 그날의 대장동 재판이 열렸던 법정에선 무슨 말들이 오갔을까요?
유동규 '입'에 쏠리는 눈...법정서 입장 선회한 까닭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대장동 재판을 비롯해 각종 주요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주변은 오전부터 유 전 본부장을 기다리는 취재진으로 북적였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였죠.

그는 '대선 자금과 관련해 이 대표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 '고(故)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이 대표의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건너간 돈의 용처는 알고 있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무거운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던 유 전 본부장과는 달리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이날 정영학 회계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대장동 재판 법정에서 작심한 듯 이 대표를 언급합니다. 오전 재판, 반대신문에 나선 유 전 본부장 측은 "이재명의 국정감사에서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간 성남시청 차원에서 대장동 사업 공모 자격요건을 금융사에 한정하기로 하는 결정이 내려진 이후 시중은행을 알아보자고 움직였던 것 아니냐", "성남시장이 성남도개공에 위에서 아래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하라'고 지시가 내려온 것인지 증인은 아는가"를 묻습니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 공모 자격과 관련해 "건설사가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를 배제하고 반드시 대형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해라(는 것이 지침이었다)"고 말합니다. '대장동 의혹'의 설계자라는 야권 공세에 "제가 한 설계는 어떻게 하면 민간에게 이익을 최소화하고 공공이익을 최대로 환수하느냐(였다)"면서, 건설사가 아닌 금융사를 공모 요건으로 정한 것도 그 방법 중 하나였다는 겁니다.

유 전 본부장 측 법정 발언을 종합해 보면, 결국 유 전 본부장이 정 회계사를 향해 묻는 것은 '대장동 사업의 실질적 결정권자는 성남시장이 아니었냐'로 모아집니다.

이는 앞선 재판에서의 유 전 본부장 측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것입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올해 1월 10일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성남시 이익을 우선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오후 재판에서도 유 전 본부장 측은 '유동규는 사업의 결정권자가 아니다'는 점을 피력하기 위한 신문을 이어갑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정 회계사가 검찰 조사 당시 '김만배가 유동규 갖고는 설득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정진상 실장을 언급했다'고 한 말의 실질적 의미를 집중적으로 캐묻습니다.

유 전 본부장 측: 유동규 갖고는 설득이 안 된다는 말의 의미는 어떻게 이해해서 말씀하신 건가요?
정영학 회계사: 그때까지 구역계도 못 바꿔줬고, 혼용방식도 안돼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 측: 유동규가 결국 결정권자가 아니라는 전제네요?
정영학 회계사: 네. 뭐 그때 (유동규가) 중요한 역할은 있지만 힘이 있는 건결정까지는 못 했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결정권자는 따로 있었다는 점을 끌어내기 위한 신문을 이어갑니다.

유 전 본부장 측: 설득이 안 된다고 했을 때 누구를 설득한다는 말로 이해했나요?
정영학 회계사: 그건 (성남)시인 것 같습니다.

유 전 본부장 측: 구체적으로 시의 누구를 설득한다고 생각했나요?

정영학 회계사: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시의 어떤 담당자 내지는 인허가권자의 의미일 것 같습니다.
유 전 본부장 측: 이게 그러면 증인 말대로 유동규는 결정권자가 아니라는 거네요?

정 회계사는 즉답을 피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유동규는 대장동 사업의 결정권자가 아니다'는 점을 두 차례나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 대표 측은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줄곧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동규 입에 걸린 '명운'...쏟아내는 말에 드러난 '절치부심'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사진=뉴스1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사진=뉴스1

유 전 본부장 측이 법정에서 입장을 선회한 것은 그의 '작심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석방 하루 만인 지난 21일 대장동 재판에 출석한 뒤 본격적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최소한 뭐에 회유되지는 않는다"고, '검찰에서 진술을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진술을 바꾼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간 검찰에 비협조적이었던 그는 최소한 회유되지도, 기존 진술을 번복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유 전 본부장의 심경을 움직인 결정적인 '한 방'은 무엇이었을까요? 법조계 안팎에서는 '배신감'이 유 전 본부장을 움직인 것으로 봅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에 대해 주변에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상 '꼬리 자르기'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발언이 사업의 실질적 결정권자로 지목되며 감내했던 그간의 '희생'을 더 이상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건데요. 이 대표의 "모른다"는 말속 김 처장의 자리가 '내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 아니겠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유 전 본부장이 사용한 "비정한 세상", "배신감", "착각했다",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는 표현에서도 그의 분노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유 전 본부장의 '입'에 달린 수많은 이들의 명운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에 있는 김 부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같은 날 8억4700만원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 부원장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까지 수사선상에 올리며 이 대표를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습니다.
김 부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