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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폴란드 원전 수출 앞두고 삐걱대는 한미 원전 동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5 18:24

수정 2022.10.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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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제소
사우디와 체코 수출길도 막혀
지난 2013년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미 조지아주 웨인즈 버러에 보글 원전 3,4호기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미 조지아주 웨인즈 버러에 보글 원전 3,4호기를 건설하고 있다.
미국 원자력 기업이 우리 원전의 독자적 해외수출에 발목을 걸었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컬럼비아 특구 연방지방법원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을 상대로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자로가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와 자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형 원자로는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2000년 인수한 미국 컴버스천 엔지어니링의 원자로 '시스템 80'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최근 폴란드 원전 수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우리 원전 기업을 견제하려고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원전 기술의 해외이전을 엄격히 통제하는 미국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함께 판단해 줄 것도 요구했다. 또 폴란드는 물론 한국형 원전 도입을 고려 중인 다른 나라에 대한 기술공유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과의 공동수주를 압박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법원이 웨스팅하우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40조원 규모의 폴란드 원전 수주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원전 수출길도 함께 막힐 가능성이 높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 프랑스전력공사(EDF)와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을 두고 경쟁 중이다. 폴란드 정부는 6~9GW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지을 예정으로, 이르면 올해 말 사업자를 선정할 전망이다. 2036년까지 원전 1기 도입을 앞둔 체코의 신규 원전사업도 마찬가지 경쟁구도로 2024년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지난 21일 소송이 제기되자 폴란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3일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산 전기차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이어 한미 간 또 다른 통상마찰의 요인이 될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제3국 원전 시장 진출 등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는 '원전 동맹'을 공식화했지만 균열이 생긴 셈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전략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원전 수출 드라이브를 걸기 전에 미국과의 협력 강화 등 집안 단속부터 잘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