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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일본 샐러리맨들 "야근은 이제 그만"

[재팬 톡] 일본 샐러리맨들 "야근은 이제 그만"
과거 일본에서는 시험기간에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낙제한다는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잠을 줄이고 그 시간에 공부와 일을 더 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본 사회에 만연했다. 이 같은 문화는 일본 샐러리맨의 야근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 일본도 변하고 있다. 여전히 잔업에 익숙한 기성세대가 주류이지만 우리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면부족에 관한 얘기다.

최근 일본에서는 직원들의 수면시간이 많고 적음에 따라 기업의 이익률이 2%p나 차이난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야마모토 이사오 게이오기주쿠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수면시간이 긴 상위 20% 기업과 하위 20% 기업에서 매출이익률은 최대 3.7%p, 최소 1.8~2.0%p 차이가 생겼다.

수면시간이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 평균보다 약 1시간 짧은 것과 수면의 질이 낮은 것이 일본을 '갑질'이나 '실수'의 온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력 매체들은 일본 직장 내 구조적 괴롭힘을 뜻하는 각종 '하라스먼트'가 수면부족에서 기인한다고 거들었다. 수면시간이 만성적으로 부족해 실수를 유발하는 이른바 '수면부채' 상태가 국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다소 무시무시한 내용도 거론됐다.

실제로 일본은 세상에서 가장 덜 자는 나라다. 프랑스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위징스가 각국 사용자의 수면시간을 조사한 결과 2020년 일본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22분으로, 14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일각에선 변화를 받아들이고 먼저 움직이는 기업들도 조명을 받고 있다. 유명 초밥 프랜차이즈 조시마루는 폐점시간을 1시간 앞당겼는데 직원 1명당 시간당 매출액이 약 500엔 높아지는 효과를 봤다. 이시다 미쓰루 사장은 "직원의 몸을 편안하게 해주고, 평생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구성원의 행복도를 높여야 기업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고도 경제성장기에 실적을 올려 성공한 경험이 이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면부족으로 인한) 일본의 낮은 노동생산성의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좀 느리지만 일본도 잠이 보약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앞으로는 '오당사락'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km@fnnews.com 김경민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