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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연임 소식에..美 상장 中기업 시총 하루 106조원 빠졌다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6 07:21

수정 2022.10.26 07:21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공포'였다. '시진핑 리스크' 우려 속에 중국 관련주가 일제히 폭락하고, 위안화가 14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세계 자본시장에서 '차이나 런'(중국 회피)이 발생하고 있다.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난 직후 홍콩 증시 급락에 이어 24일(현지 시간) 개장한 뉴욕 증시에서도 중국 관련 주식, 채권 투매 현상이 이어졌다. 이날 하루 동안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5대 기업의 시가총액 523억 달러(약 75조 원)가 증발했다.


뉴욕에 상장된 65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드래건 차이나지수'는 전날보다 14.4% 급락하며 시 주석이 처음 집권한 2013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만에 시총 734억 달러(약 106조 원)가 날아갔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7.3위안을 넘어서며 위안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중국 테크 기업이다. 투자자들이 대거 이들 기업 주식 투매에 나서며 중국 빅테크들은 이날 '검은 월요일' 수준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장중 19%이상 폭락하다 12.5%로 하락 마감했다. 이날 하루 동안 증발한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215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한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24.6%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바이두(-12.58%)와 징둥(京東)닷컴(-13.02%)도 두 자릿수 하락폭을 보였다. 징둥닷컴, 차이나텔레콤, 넷이즈를 포함한 뉴욕 증시 상장 중국 5대 기업은 하루 동안 523억 달러가 사라졌다.

중국 테크 기업이 특히 직격탄을 맞은 배경은 시 주석의 빅테크 규제 고삐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20년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 영업'이라며 비판한 뒤 당국은 알리바바에 3조 원대 반독점 위반 과징금을 부과했다. 마윈도 7개월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새 지도부와 함께 인사하는 시진핑. 연합뉴스
새 지도부와 함께 인사하는 시진핑. 연합뉴스


이번 당대회에서 리커창 총리 등 친시장파가 축출되면서 통제적 경제 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산업인 전기차 기업 주가도 하락했다. 리 오토(-17.4%), 니오(-15.7%), 샤오펑(-11.9%)의 주가가 줄줄이 폭락했다.

중국과 관련성이 높은 미국 기업의 주가도 일제히 빠졌다. 미국 카지노 업체인 라스베이거스 샌즈(-10.29%), 윈 리조트(-3.86%), 멜코 리조트&엔터테인먼트(-11.65%)가 일제히 폭락했다. 시 주석의 3연임으로 인해 카지노 업계 규제가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위안화도 14년래 최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위안화 가치는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2552위안으로 2008년 1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 증시에서 중국 또는 중국 관련 기업과 홍콩 시장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건 시 주석 측근들로 채워진 시진핑 3기 지도부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고, 그와 함께 향후 5년 동안 중국을 이끌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6인을 공개했는데, 시 주석의 측근들로 전원 채워졌다. 이로 인해 중국 밖에서는 공고화된 시 주석 1인 체제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결국 이러한 금융시장 혼란은 '시진핑 리스크'로 인한 '차이나 런(회피)'이란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20년부터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앞세우며 정보통신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고,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유지해 왔다.
집권 3기에 반(反) 시장적 경제정책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셈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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