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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수급난보다 경기 침체 심각".. 국내 후판 가격 하락 조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7 16:40

수정 2022.10.27 16:40

포항제철소 후판부와 기술연구원이 '다이내믹 TMCP' 시스템을 통해 후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후판부와 기술연구원이 '다이내믹 TMCP' 시스템을 통해 후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침수 피해와 현대제철의 파업이 겹치며 국내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이 껑충 뛸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오히려 하락세 조짐을 보이면서 조선·철강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돌발 변수에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세가 커 후판 가격 인상 요인이 없다는 분석이다.

■침수·파업, 후판값 영향없어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후판 가격은 포스코가 지난달 초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이 범람하는 침수 피해를 입은 데다 현대제철 노조의 게릴라 파업이 겹치면서 한동안 상승세였다. 9월 마지막주 후판 유통가는 종전 t당 115만원에서 t당 125만원으로, 후판 수입가는 t당 92만원에서 t당 115만원으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철강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철강업계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판 유통가, 수입가 모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최근 각각 t당 120만원, 105만원을 기록했다. 중국 후판 유통 가격은 t당 3875위안으로 1년 전 대비 31.6%나 내려갔다.

무엇보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연일 내리는 추세다. 올해 3월만 해도 t당 162.75달러를 찍었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25일 기준 t당 89.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최저치였던 t당 87.2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철강 수요 둔화와 재고 급증 영향으로 중국 철강사들이 가동률을 축소해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후판 유통·수입 가격
(단위: t당 만원)
9월 9일 9월 16일 9월 23일 9월 30일 10월 7일 10월 14일 10월 21일
후판 유통가 115 115 115 125 120 120 120
후판 수입가 92 105 115 115 110 109 105
(출처: 하나증권)

■"철강 공급보다 수요 부진 심각"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판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일본 후판 가격이 꾸준히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후판만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해 철강 공급 부진보다 수요 부진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태풍 여파로 국내 후판 공급량이 10~20% 감소했지만 포스코가 이달 초부터 후판 주문을 다시 받기 시작했고 중국, 일본 후판 가격 하락으로 인해 국내 후판 가격도 하방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도 지난 24일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조선사와 4·4분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며 직전 분기에 비해 판매 단가가 5만원 가량 소폭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후판 가격이 선박 제조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후판 가격 하락이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하락은 조선사들의 흑자 전환에 더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특히 최근 수주가 많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대형 컨테이너선보다 선박 크기가 작아 후판 가격에 덜 민감하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