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합병 호재 없는데도 주가 요동…'스팩 광풍' 투자 주의보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6 18:00

수정 2022.10.26 18:00

IPO 대안으로 스팩시장 급부상
삼성스팩7호 상장 첫날 주가 급락
시초가보다 17.78% 떨어져
청약증거금 3조 몰려 이례적
스팩, 3년내 합병 대상기업 찾아야
주가 오를수록 합병 가능성 줄어
합병 호재 없는데도 주가 요동…'스팩 광풍' 투자 주의보
기업공개(IPO)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비상장기업들이 스팩 상장을 대안으로 찾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기존의 이미지와 다르게, 특정 테마에 묶여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상장시킨 삼성스팩들의 주가는 이틀 새 롤러코스터를 탔다.

삼성스팩6호는 지난 25일 가격제한폭(29.95%)까지 급등했으나 이날은 11.15% 떨어졌다. 삼성머스트스팩5호도 전날 상한가(29.86%)를 기록했다가 하루 만에 14.48% 급락했다.
삼성스팩4호 역시 이틀간 폭등(23.26%)과 폭락(-16.94%)을 거쳤다.

전날 삼성스팩이 급등한 것은 삼성그룹의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와 함께 삼성스팩7호 상장 이벤트가 겹친 때문이다. 삼성스팩7호는 공모가가 기존 스팩(2000원)에 비해 5배나 높은 1만원에 결정됐음에도 일반청약에서 42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이 3조원 넘게 모였다.

이날 상장한 삼성스팩7호는 공모가보다 7150원 높은 1만715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그러나 장이 열리지마자 급락해 시초가 대비 17.78% 떨어진 1만4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도 공모가보다는 41% 높은 가격이다.

삼성스팩은 삼성그룹과의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주가 등락이 심했다. 특히 삼성스팩4호의 경우 공모가 2000원에 지난해 5월 상장했고 상장 직후 1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6월 상장한 삼성스팩6호는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에 형성한 후 상한가 마감)'을 기록한 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스팩이 다른 스팩에 비해 합병이 순조롭다고 하나 삼성그룹사와 합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스팩2호는 위지웍스튜디오의 자회사 메타버스 콘텐츠기업 엔피, 삼성머스트스팩3호는 온라인 가구유통기업 오하임아이엔티와 각각 합병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상장 후 3년 내 합병 기업을 찾아야 한다. 합병 대상이 발표되기 전까지 주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권가에서는 M&A 소식이 있을 때 스팩의 주가가 오르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경우도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팩의 평균 시가총액은 200억원 미만이다. 몸집이 작은 데다 유통 물량이 많지 않아 작은 거래대금으로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세력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스팩의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합병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2010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대우증권스팩은 공모액이 900억원에 육박하는 초대형이었다.
그해 상장한 스팩 대부분이 200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상장 스팩 21개 중 합병에 성공한 사례는 9곳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합병 시 가액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산정해 주가가 오를수록 합병되는 기업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진다"며 "주가가 폭등할수록 합병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팩은 아무런 사업을 하지 않아 주가가 큰 폭으로 변동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면서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고 청산하는 스팩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