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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원전 선진국들은 원전을 오래 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6 18:24

수정 2022.10.26 18:24

[fn광장] 원전 선진국들은 원전을 오래 쓴다
원전의 계속운전이라 하여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도 안전성을 철저히 조사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설계수명 이상으로 몇십년 더 쓰는 선진국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원전은 설계수명이 60년인데 80년을 계속운전해도 안전하다고 인정을 받은 원전이 이미 6기나 된다. 80년이 되었어도 안전하기만 하면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고 문을 닫는다.

한국도 고리 2, 3, 4호기의 설계수명이 각각 23년, 24년, 25년이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설계수명 만료일 5~2년 전부터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원안위에 제출해야 하고, 그 이후 안전성평가심사와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거쳐 최종적으로 계속운전 승인이 나면 원전의 계속운전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은 지난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재가동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국가안전보장 대상인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에 대한 에너지정책을 함부로 바꿀 일은 아니라는 뼈저린 교훈을 얻고 있다.


한국의 원전운용 정책은 일본을 보면 타산지석의 방향을 보게 된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재앙을 맞고 있는 일본도 다른 지역의 원전을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강화된 안전점검을 통과하면 60년을 넘게 쓸 준비를 하고 있다. 특별하게 더웠던 2022년 일본은 탈탄소 정책을 주창하면서도 멈췄던 화력발전소를 재가동, 전력예비율이 3%를 겨우 넘겼다. 일본은 현재 총 10기의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는데 내년 여름 이후 7기를 재가동하려 하고 있어 그렇게 되면 총 17기의 원전이 재가동되게 된다. 한창때는 총 55기의 원전을 가동하던 원자력 대국이었는데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쳐 크나큰 재앙을 맞았고, 그 후 원자력 안전에 대한 규제가 굉장히 엄격해지는 바람에 경제성을 맞출 수 없어 원전을 포기하는 회사도 있어 그 옛날의 번성기는 없을 듯하다. 일본은 화력발전의 원료가 되는 석탄과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경제산업성은 재가동 심사를 받고 있는 원전 1기를 가동하게 되면 LNG 약 100만t의 수입이 감소하게 되고, 총 17기 원전의 재가동은 약 16조원의 에너지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을 내놨다.

그래서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이나 일본은 원전을 포기할 수가 없다. 가뜩이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마당에 원전 재가동은 이제 필수적인 국가의 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아예 운전기간의 상한선 자체가 없다. 정기적으로 안전검사를 해 안전성이 확인되면 90년도 쓰는 전력생산 설비임을 알게 한다.

원전 선진국들은 기존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이 개발하고 있는 고온가스로 개발에 일본은 올 9월 같이 참여하기로 확정했다.
고온가스로는 고온·고압의 가스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것 이외에도 열을 사용해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수소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폴란드도 고온가스로 개발에 국력을 쏟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는 엄격한 정신으로 안전성을 확보해 나가며 기존 원자로를 가능하면 오래 쓰면서 고온가스로와 같은 차세대 원전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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