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국내 1위 담배·인삼 사업자 KT&G(케이티앤지)의 주가가 9만원대에 안착했다. 2년 8개월만이다. 주주환원 확대와 거버넌스 개편을 요구한 사모펀드의 주주제안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26일 KT&G는 전날보다 3.8%(3400원) 오른 9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2월17일(9만300원) 이후 처음으로 9만원대에 마감했다.
이날 행동주의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플래쉬라이트, FCP)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케이티앤지가 브랜드파워, 수많은 특허,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가는 기업의 본질가치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다섯가지 제안을 내놨다.
핵심내용은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글로벌 브랜드화 △KGC인삼공사의 인적분할 후 분리 상장 △부동산 등 비핵심 사업 정리 △잉여현금의 주주환원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다.
플래쉬라이트는 '릴'을 전기차에 비유하며 필립모리스 아이코스를 제치고 국내 1위가 된 만큼,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 케이티앤지의 이익(EBITDA)은 세 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강식품인 인삼이 담배기업의 자회사로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자회사인 인삼공사를 독립, 상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장방식은 케이티앤지 주주들이 인삼공사 지분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을 제안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 파트너스 대표는 "세계적 노령화 트렌드와 건강식품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지금이 인삼이 세계무대에 등판할 타이밍"이라며 "별도 상장된다면 5년 안에 EBITDA를 네 배 이상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안들이 실행된다면 단기적으로 두 배, 장기적으로 다섯 배 이상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플래쉬라이트가 자체적으로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케이티앤지의 담배사업, 인삼공사 그리고 현금과 기타자산을 더하면 21조6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2조7400억원에 불과하다.
케이티앤지는 이날 "주주 의견의 내용을 확인하고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케이티앤지는 지난해 배당성향이 58.93%에 이르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다. 시가배당률도 6.08%에 이른다. 이에 따라 배당 확대보다는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방안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는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수출이 늘어난 데다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케이티앤지 별도 영업이익은 44억원 증가한다. 3분기 평균환율은 전년동기대비 182원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케이티엔지의 올해 매출은 5조6966억원, 영업이익은 1조3488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각각 8.96%, 0.77%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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