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듣는 남자' 이재용, 그의 사무실에 걸린 액자의 사연 [이재용 회장 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8 05:00

수정 2022.10.28 05:0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왼쪽 첫번째)이 전무 시절인 2007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인 IFA에 참석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왼쪽 두번째) 등과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왼쪽 첫번째)이 전무 시절인 2007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인 IFA에 참석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왼쪽 두번째) 등과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27일 회장으로 깜짝 승진한 이재용 삼성 회장이 향후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경영 1세인 고 이병철 창업주가 씨앗을 뿌린 후 2세인 고 이건희 회장 시기에 글로벌 거목으로 성장한 삼성이 3세인 이재용 회장 시기에 다시 '퀀텀 점프'를 할 수 있을지 여부가 리더십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선대 대물림 경영철학은 '경청'

지난 1997년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10주기 추모식에 유가족 대표로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삼성전자 제공
지난 1997년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10주기 추모식에 유가족 대표로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삼성전자 제공

그 해답은 이재용 삼성 회장(당시 전무)가 지난 2007년 9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07' 행사장에서 밝힌 일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때 그는 "제 사무실에 '경청(傾聽)'이란 글귀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라고 취재진에 들려줬다. 이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회장이 '경청'을 대물림 경영철학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날 'IFA2007' 행사장에서 삼성전자 말단 직원부터 고위 임원까지 각자의 설명에 귀기울였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에도 성의있게 답하고 겸손한 태도로 대했다. 이날 그는 본인과 사장단을 위해 준비된 다과까지 취재진에게 손수 양보하는 배려까지 보여줬다. 그가 지난 2010년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0'에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찾았을 때도 변함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삼성전자 전시부스에 머무르면서 삼성전자 경영진과 현장 회의를 이끌고 바이어와의 회동을 이어갔다. 그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싫은 기색 없이 대응했다. 잇단 행보는 그에게서 '경청'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본래 '경청'을 통한 소통은 호암의 핵심 경영철학이다. 호암의 '경청 리더십'은 아들 고 이건희 회장에게 대물림된 후 3세 경영인인 이재용 회장에게서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이 초일류 삼성을 이끌기 위해 실천할 경청의 리더십에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한편, 평소 소탈한 성격의 이재용 회장은 지난 1987년 경복고를 졸업한 후 1992년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그는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지난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를 맡았다. 그는 지난 2004년에 삼성전자와 소니 합작사의 등기이사로 경영에 본격 참여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07년 전무 겸 최고고객책임자(CCO)를 거쳐 지난 2012년에는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4년 5월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파나마법인에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파나마법인에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

이재용 회장이 지난 25일 회장 취임에 즈음해 밝힌 메시지에는 절박한 시장상황에 대한 통찰과 함께 도전과 열정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 회장은 "(이건희) 회장님께서 저희 곁을 떠나신 지 어느 새 2년이 됐다"며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그나마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은 것은 여기 계신 경영진 여러분과 세계 각지에서 혼신을 다해 애쓰신 임직원 덕분"이라며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다.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더불어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한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며 "창업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습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최근에 사업장을 둘러보며 젊은 임직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은 일터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아울러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한다"며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한다"고 독려했다.

그는 끝으로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한다.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한다"며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이 미래의 삼성"고 언급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