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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재용 회장 앞에 놓인 '뉴 삼성' 구현의 과제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7 18:23

수정 2022.10.27 18:23

부회장 취임 10년 만에 승진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을 주문
공판에 출석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공판에 출석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3·4분기 영업이익이 10조85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1% 감소했다는 실적을 발표했다. 취임 축하 꽃다발과 함께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무거운 책무도 넘겨받았다.

이 신임 회장은 2년 전 타계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중에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되어 이미 총수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그룹 최고위직인 회장이라는 타이틀의 의미는 작지 않다. 이사회가 승진 의결 이유로 밝힌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에서 읽을 수 있듯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삼성그룹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켜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권한이 커짐과 동시에 책임도 막중해지는 것이다.

승진한 이 회장 앞에 놓인 경제상황과 대외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가로막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공격적인 투자로 경쟁기업들의 추격과 도전은 점점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총 1위였던 삼성전자는 올 1~9월 평균으로 TSMC(대만)와 엔비디아(미국)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삼성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이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는 TSMC에 크게 뒤져 있다. TSMC를 잡기 위해 파운드리 투자를 2024년까지 10배 늘리겠다고 했어도 앞날이 밝지 않다. 중국, 대만, 미국, 일본 등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등 공급과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의 여파는 이미 반도체 시장을 덮쳐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이미 감산을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경쟁, 불황을 돌파하는 지름길은 이 회장이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기술혁신밖에 없다. 이 회장은 이날 사장단 오찬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다시 한번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며 인재 양성도 주문했다.

그룹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산적해 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뉴 삼성'을 이끌 확실한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숙제다. 반도체만으로는 삼성의 향후 백년, 천년을 책임질 수 없다. 바이오, 6G, 인공지능(AI) 등에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며 새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은 한시도 등한시할 수 없는 최우선 과업이다.

이 회장이 4세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겠다면 어느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도 삼성이 잘 돌아가도록 재임기에 경영의 바탕을 단단히 다져놓아야 한다.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회장에 걸맞은 영민한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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