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시다면, 맞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국내 예능프로그램에서 수면을 취하기 전 입에 붙이는 구강 테이프의 효과를 보여주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방영됐다. 미국에서는 구강 테이프 사용을 권장하는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구강 테이프 사용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전 의료진의 진단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켁 의과대학 라지 다스굽타 임상의학과 교수는 구강 테이프에 대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CNN은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다수의 영상에 구강 테이프의 이점만 담겨있을 뿐 위험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NN이 인터뷰한 한 여성은 “나는 구강 테이프를 사용해 매일 밤 입을 닫고 잔다”며 “제대로 자는 것은 노화 방지에도 굉장히 중요하고, 최고의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 여성은 구강 테이프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사용 이유에 대해 “사실 잘 모르겠다. 틱톡에서 봤는데, 이점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잠을 잘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국내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구강 테이프는 여러 차례 소개됐다. 연예인들이 수면의 질 개선 등 구강 테이프의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것. 한 방송에서는 구강 테이프가 목 건조함을 막기 위한 가수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로 구강 테이프는 신경을 자극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수면 중 코 호흡이 중요한 이유는 코가 공기를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입으로 호흡하면 목이 건조해져 통증이 동반될 수 있고, 호흡기관이 망가질 우려가 있다. 수면의 질 또한 낮아진다.
문제는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구강 테이프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슬립수면클리닉에 따르면 숨이 막힐 때는 빨리 입을 벌려서라도 숨을 쉬어줘야 하는데, 입을 막고 있으면 바로 입을 벌리기 힘들어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 다스굽타 교수는 “구강 테이핑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면, 연쇄 살인범의 인질처럼 수평으로 테이핑하지 마시라”며 “수직으로 약간만 붙이면 된다”고 조언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