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최소 14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다. 사상자 규모도 최대 수준이다.
사고가 시작된 장소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번화가인 세계음식거리로 이어진 좁은 골목길이다.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이 골목길이 비탈진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 길은 폭이 4미터(m) 내외로 5~6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인데다가 경사가 높은 내리막이다.
핼러윈 행사 참가자들이 좁은 골목에 몰리면서 일부가 넘어졌는데, 너무 인파에 밀려 일어나지 못했다. 이후 사람들이 골목 아래쪽에 넘어진 사람이 겹겹이 쌓이면서 순식간에 현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경사로 위에 위치한 사람들은 아래 상황을 모르기에 아래로 향하려고 계속해서 밀었고 깔리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기만 했다.
당시 일부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살려주세요"를 외쳐봤지만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뒤섞이며 경사로 위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누구도 옴짝달싹할 수 없다 보니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고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사로 번졌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가파른 골목 위에서 사람들이 미니까 도미노처럼 5~6겹씩 쌓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는 전날(29일) 오후 10시15분께 최초 신고되었다. 신고 접수 이후 소방과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이미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맡아 사활을 다해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사상자들의 일행들과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합세해 팔과 다리를 주무르거나 CPR을 지원하기도 했다. 현장 여기저기에선 울음소리가 가득했고, 사상자들의 소지품이 어지럽게 놓여있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비상 최고 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구조작업을 펼쳤다. 그러나 사고 현장이 좁은 골목길이고 인파가 많이 몰려 있었던 상황이어서 구조대 초동 진입이 쉽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방 당국은 구조 활동에 나선 지 10시간 여 만에 대응 단계를 다시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검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대검찰청에 사고대책본부를 꾸렸다. 사고 직후 이원석 검찰총장과 부서장 등이 출근해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경찰과 소방서 등 관계 기관과 협조를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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