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TF 발족 "연내 결론"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30 18:36

수정 2022.10.30 18:36

정부·민간 이해관계자 모두 참여
"이번엔 결론 도출" 강력한 의지
의사단체는 "비급여 가격통제"
1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가 발족했다. 그동안 이와 관련 수많은 TF는 있었지만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보험사, 의료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정부가 주요 국정 과제에 포함시키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번에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의사단체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TF 발족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의 주관으로 디지털플랫폼 정부 보건의료 선도과제 TF 회의가 최근 열렸다.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는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을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다.
TF에는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대한의사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실손청구 전산화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이번에는 결론이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곧바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의료비 증빙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현재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비를 지급한 후 보험금 청구서류를 작성하고 필요서류(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를 구비해 보험회사에 방문, 팩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청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900만명이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법안도 수차례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21대 국회에서만 총 6건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법안이 발의됐다.

■의협, 심평원 전산망 활용 반대

의사협회는 개인정보 유출, 보험회사에 대한 민원이 의료계로 향할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TF에서 그동안 문제로 거론돼 왔던 것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있다"며 "의사협회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은 의사협회가 근본적으로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점을 찾으면 실손보험청구 전산화가 의외로 빠르게 도입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사협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활용한 전산화에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국의 병원와 약국의 전산망을 관리하며 건강보험 지급의 심사를 담당한다. 유일하게 의료 관련 전국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와 금융권은 심평원의 전산망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사협회 등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심평원에 각 병원의 비급여 항목이 쌓이면 과잉진료 등이 적나라게 드러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병원들이 가격을 직접 책정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증빙서류가 관계기관에 제출될 경우 가격 통제 우려가 있어 기존대로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새로운 전산망을 구축하거나 심평원의 전산망을 활용하는 대신 심평원이 의료기관의 실손 청구 내역을 볼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산망을 구축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심평원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막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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