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정치공세' 현수막 사라진 국회 앞, 정치권도 추모 물결[이태원 참사]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1 05:00

수정 2022.11.01 05:00

난타전 벌어지는 '대통령실 국정감사' 연기
여야, 정쟁 일시 중단하고 애도 한목소리
당 축제성 행사 최소화하고 SNS도 자제
국회, 조기게양에 추모 의미 '검은 리본' 배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 국민의힘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2.10.31/뉴스1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 국민의힘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2.10.31/뉴스1 /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직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직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책임 추궁이 아닌 추모의 시간,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때"(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금은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가애도기간, 정쟁 멈추고 추모 동참한 여야 정치권

서울 용산 이태원 사고가 일어난 지 사흘째인 10월 31일 상대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던 정치권은 모처럼 정쟁을 자제하고 조용한 추모에 동참했다.

집권여당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여당은 "지금은 추궁이 아니라 추모의 시간"이라며 오는 11월 5일까지의 국가애도기간을 맞아 정치활동을 최소화하고 추모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진석 위원장을 필두로 김병민, 김종혁, 김행, 김상훈, 전주혜, 정점식 위원 등 비대위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마치고 오전 10시께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김석기 사무총장, 박정하·양금희 수석대변인, 노용호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자도 함께했다.

이들은 추모의 의미에서 검정색 정장을 입고 검은 리본을 달았다. 무거운 표정으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정 위원장이 대표로 방명록을 작성했다. 그는 "못다핀 꽃잎처럼 떠난 젊은이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올립니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철저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정 위원장은 조문을 마치고 낮은 목소리로 "지금 이 애도기간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기도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의원들은 오늘(11월 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할 예정이다. 당에서는 추모 차원에서 의원들에게 검은 리본을 배포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태극기가 조기 게양돼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는 한편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모든 정부 부처와 관공서에 조기 게양도 지시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관련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태극기가 조기 게양돼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는 한편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모든 정부 부처와 관공서에 조기 게양도 지시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이런 참혹한 사태가 벌어진 것에 사후 조치가 뒤따라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으로 황망한 상황을 맞이하신 유가족 여러분에게도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장에서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고 뉴스를 통해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면서 상처를 입으신 국민들이 빠른 시일 안에 치유되고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와 정청래, 고민정, 서영교, 박찬대, 장경태 최고위원, 박홍근 원내대표 등은 이날 11시께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민주당 지도부는 헌화 및 묵념 후, 곧바로 사고 현장인 이태원역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로 이동해 다시 묵념하고 추모했다.

이정미 신임 당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지도부는 같은 날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이 대표는 “10만명이 넘는 인파 참여가 충분히 예측됐고 이전 축제들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있었다”며 “수습만큼이나 이번 참사의 원인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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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서울시청과 녹사평역에 마련된 분향소를 방문해 추모 행렬에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당 차원의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며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회의실에는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습과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뒷걸개가 걸려 있었다. 당 지도부는 가슴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쓰여있는 검은 띠를 달았다.

마스크와 넥타이 모두 검정색으로 맞춰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는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회의실 뒷걸개도 ‘힘을 모읍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로 수정돼 있었다.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검은 정장에 ‘추모’라는 검은 리본을 패용한 채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며 추모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길거리에 게시했던 '상대당 비방형' 현수막들을 전부 철거하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현수막을 설치하며 정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2.10.31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2.10.31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국회 차원에서도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련 대응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 기획조정실은 사고 직후인 지난 10월 30일 국회 차원의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국회는 국회사무처 직원 및 가족 중 피해자 여부 파악과 본청, 운동장, 국회의장 공관 등에 조기 게양을 실시하고 불필요한 행사 연기와 회식을 지양하라고 전달했다.

또 국회 차원에서 직원들에 대한 CPR(심폐소생술)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사고를 대비한 위험 시설물 점검 등의 계획을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차원에서 추가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며 오는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맞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정경수 김해솔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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