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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고전-현대음악 아우르는 음악가 되고싶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31 18:02

수정 2022.10.31 18:41

‘젊은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지난 5월 핀란드 콩쿠르서 우승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 앞둬
내년 10월까지 공연 일정 가득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롯데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롯데문화재단 제공
"유럽에서 인지도를 올려 더 많은 연주를 하고 싶어서 콩쿠르에 재도전했죠. 우승 후 매일 2~3곳서 연락이 왔어요. 원하던 바를 얻었고 다시 시작인 것 같아요. 커리어를 얻는 것보다 그것을 생명력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2015년 이탈리아 파가니니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에 이어 지난 5월 핀란드에서 열린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의 말이다.

■"내년 10월까지 공연 스케줄 꽉 차"

양인모는 '부산시립교향악단&양인모' 공연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당시 19살이었는데, 이젠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겠구나'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콩쿠르 우승은 음악가에게 여정의 종착지가 아니었다.

양인모는 "파가니니 우승 특전 연주회들을 두 번의 기회로 잇지 못했다"며 "돌이켜보면, 함께 연주하고 싶은 지휘자와 악단들을 생각해야 했고, 현재 음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모든게 저절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미국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도 양인모의 음악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연주자로서 하는 일 대부분이 연습인데, 팬데믹 기간 무대가 없어지면서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를 잃었다"며 "나아가 음악가로서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어떤 자극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다시 콩쿠르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콩쿠르 우승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그는 "올해만큼 변화가 많았던 시기가 없었다"고 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자르는 것도 그중 하나. 양인모는 "어느 순간 짧은 머리가 그리워졌고, 베를린에서 괜찮은 미용실도 찾았다"며 웃었다.

양인모는 이미 내년 10월까지 공연 스케줄을 가득 채웠다. 오는 10일,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에 나선다. 12월에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문태국과 함께 송년 콘서트 '선물: 탱고피버'를 연다. 또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하는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시벨리우스 콘체르토' 협연도 잡혀 있다.

■"어느 순간 현대음악 들으면 눈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부산시립교향악단&양인모' 공연은 평소 관심을 갖던 현대음악이 연주곡에 포함돼 있어 더욱 기대 중이다. 양인모는 이번에 진은숙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항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주한다. 진은숙은 2004년 '진은숙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권위 있는 그라베마이어 작곡상을 수상하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양인모는 "2년 전부터 자필 악보를 구해 관심 갖고 보던 곡이었다"고 했다. "제가 연주한 곡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워요. 이 곡을 연습하다가 베토벤, 모차르트 곡을 연습하면 그 곡들이 비교적 쉽게 느껴지죠." 양인모는 이곡의 매력에 대해 "고전적인 측면과 모던한 측면이 공존한다"고 답했다.
"특히 콘체르토(협주곡)라고 하면 솔로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주고 받으면서 여러 주장을 펼치는 대립 관계인데, 이 곡은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선 "한 번도 거장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항상 내 연주 자체가 젊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고 답했다.
작곡도 공부 중이라는 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곡을 만들고 싶다며 "만약 바이올린 협주곡을 써서 직접 연주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며 웃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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