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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안보 차원 중점 둔 日관함식 참가... '욱일기' 논란"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1 14:41

수정 2022.11.01 16:55

전문가, 보이콧 능사 아냐 군사외교 포함한 외교의 몫
해군 국가애도기간 중 친선교류행사 참가 않을 예정

해군 군수지원함 소양함. 사진=해군 제공
해군 군수지원함 소양함. 사진=해군 제공
[파이낸셜뉴스]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에 1일 도착한다.

해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진해항을 출항한 소양함은 대령을 함장으로 하는 137명의 승조원이 탑승한 최신예 군수지원함으로 이날 정오쯤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한다.

소양함은 이날부터 관함식 참가국 대원들과 체육행사 등 다양한 친선 활동을 벌이고, 다른 국가 함정에서 있을 각종 리셉션과 같은 행사에 참여하며 교류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후 해군은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국가애도기간 중 국제관함식에 참가한 타국 해군과의 친선교류행사에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해군은 6일 관함식 본행사에 이어 6∼7일 일본 도쿄만 일대에서 있을 조난·화재 선박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수색 및 구조를 위한 훈련(SAREX)에 참여한 뒤 10일께 귀항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은 1999년부터 SAREX를 시행해왔으며 한국은 2015년 일본 관함식에 참가했을 때도 일본과 SAREX 훈련를 벌인 바 있으나 2017년부터 중단됐다.

이번 SAREX에는 한·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등 13개 관함식 참가국의 함정 30척, P-3C 해상초계기 등이 함께한다.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SAREX에 이어 7∼8일 열리는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WPNS)에는 참석한다.

WPNS에는 관함식 참가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30여 개국이 참가하며, 국가 간 중첩 수역이 산재한 한반도 주변 해상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해상에서의 우발적 조우시 신호규칙'(CUES)을 최신화하는 문제 등을 논의한다.

한국은 2002년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2015년 구축함 대조영함을 일본 관함식에 파견한 바 있고 일본도 1998년과 2008년 우리 관함식에 함정을 파견 참가했다.

그러나 2018년 한국 주체로 열리는 제주도 국제 관함식 때 일본을 초청하면서 일본 측에 해상자위대기 대신 국기를 사용해달라는 요청에 반발해 일본 해상자위대의 참가가 성사되지 않은 바 있다.

'욱일기'는 빨간색 원 주위에 욱광(旭光)을 그린 깃발로 일본은 아스카 시대부터 사용된 전통 문양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는 자위대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깃발이다.

지난 2018년 10월 10일 제주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지난 2018년 10월 10일 제주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독일 제국주의 히틀러와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경우 1945년 세계대전 패망 뒤 유럽에선 사용을 금지했다. 특히 독일은 이른바 ‘반나치법’으로 불리는 형법 제86조에서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깃발, 배지, 유니폼 등을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본은 2차 세계 대전 패망 뒤 일본군이 해체되면서 욱일기도 한때 사라졌으나 1954년 6월 30일 자위대가 창설되면서 해상자위대(JMSDF)는 변형된 16줄 욱일기를 사용했고, 육상자위대(JGSDF) 또한 변형한 8줄 욱일기를 사용해 논란이 일어 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우리 해군의 내달 일본 해상자위대 주관 국제관함식 참가를 결정하면서 "관함식 자체에 중점을 두고, 안보적 차원을 제일 중점을 두고 고려했다"고 밝혔다.

우리 해군이 일본 관함식에 참가할 경우 국제관함식 관례상 주최국인 주빈이 탑승한 '좌승함'을 향해 '대함 경례'를 하며 예우를 표시하는 데 이때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엔 '욱일기' 문양의 깃발이 걸려 있다는 이유로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에선 "국민감정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욱일기 논란의 심정과 입장은 한국인이라면 공감하는 문제이지만, 우리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은 대면(confront)해야 할 것"이라며 "외교엔 늘 껄끄러운 사안이 많다. 부당하다고 언제까지나 회피하고 보이콧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주 교수는 "그렇다고 올림픽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가 경우에 따라 시상대에서 일장기에 최소한의 예의조차 표하지 않기 위해 출전 자체를 회피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주 교수는 "더 이상 피할 필요도 없고 더 이상 회피해서도 안 된다"며 "우리에겐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보다 더 치욕스러운 건 사실 일본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일장기'가 더 문제라는 논리로 반문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역으로 직접 대면해서 일본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다른 참여국으로부터 컨센서스를 이끌어내는 군사외교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역사 문제가 하루아침에 안 풀리듯 대화하지 않고 논의하지 않으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지지부진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제 우리나라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의 생각과 입장을 더 당당하고 자신 있게 밝히는 것이 군사외교를 포함한 우리 외교의 몫이라는 해석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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