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난간 위로 사람) 그만 올리라고!"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동참하던 인터넷 방송인(BJ) 배지터를 향해 이같이 소리친 남성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배지터가 직접 나서 오해를 풀었다.
배지터는 지난 1일 자신의 방송 채널을 통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 이후 소식을 전했다.
앞서 배지터는 이날 핼러윈데이를 맞아 사고가 벌어진 곳에서 야외 방송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이태원역을 나와 해밀톤호텔 인근으로 들어선 그는 약 10분 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오도 가도 못했다.
이후 양쪽에서 가해져 오는 압박으로 압사 위기에 처한 배지터는 "아, 아.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옆에서 그를 지켜준 청재킷 의인과 해밀톤호텔 외부 계단 난간 위에 있던 시민의 도움을 받아 구조됐다.
배지터는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고른 뒤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사람들과 함께 구조에 동참했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난간 위로 끌어 올려 구조한 시민은 약 5~6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올리지 마요", "그만 올려요. 이제 못 올라와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배지터가 구조 활동을 이어가려고 하자, 그와 함께 난간에 있던 회색 후드집업을 입은 남성이 "그만 올리라고!"라고 소리쳤다. "우리도 떨어져요"라는 여성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에 배지터는 "한 명만 더, 한 명만 더"라고 애원하면서 착잡한 표정을 지었고, 이 모든 과정은 생중계됐다.
사고 후 온라인에서는 '그만 올리라'고 말한 남성에 대한 비난과 신상털기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 배지터는 "그분도 그전까지는 계속 도와줬다. 다 같이 거기(참사 현장)에서 빠져나온 건데 신상 털지 말아 달라"면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동시에 "그분도 이해된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제의 남성으로 추정되는 누리꾼 A씨가 배지터의 생중계 영상에 남긴 댓글이 갈무리돼 올라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방송에서 포착된 남성의 인상착의와 A씨의 프로필 사진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저 남성, 2층에 사람 올려주던 사람이다. 영상에서는 자리 많고 넉넉해 보이지만 밑에 힘없이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실제로는 자리 꽉 차 있었다"며 "본인까지 위험해지니 감정적으로 저렇게 말한 거 같은데 방구석에서 이번 사건 영상으로만 보면서 댓글 다는 애들이 할 말은 아닌 듯"이라고 적었다.
이어 "저 상황에 있어봤냐. 당연히 그만 올리라고 성질 내듯 한 행동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어떻게든 머리 위로 짊어지면 몇 명은 더 올릴 수 있었겠지. 문제는 그런 성인군자로 인간이 구성돼 있으면 이딴 사고도 안 일어났다. 저런 패닉 상태에서 저만큼 행동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으로만 보고 판단하고 사람 평가질하고 신상 털면서 누가 누굴 욕하는 거냐. 성인 남성 혼자서 저렇게 많은 인원 못 올린다. 주변에서 전부 같이 올려줘서 저만큼이나 올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A씨는 "누가 봐도 고등학생으로 보였는데 학생 하나한테 어디까지를 바라냐"면서 "막상 저 상황에 가면 살려고 다른 사람 발목까지 붙잡아서 아등바등할 놈들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방구석에서 마녀사냥 할 사람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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