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반도체 장비 1∼3위 수출국은 일본, 미국, 네덜란드였다. 1∼3위 수입국은 중국, 대만, 한국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3대 수출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77.5%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업황 등에 따라 향후 수입액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장비 자립화 비율은 20% 수준으로 전체 수입의 70% 이상을 3대 수출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적·지정학적 리스크에 매우 취약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이 지난달 7일 본격적인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에 돌입한 게 변수다. 상무부는 일정 규격의 D램과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미국 업체가 기술이나 부품, 장비를 수출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칩4' 동맹을 결성해 중국을 압박하는 저인망식 옭아매기를 시도 중이다.
미국 주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현행 반도체 장비 시장의 독과점 구조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반도체 장비 국산화, 수입국 다변화를 꾀하긴 어렵다. 오히려 반도체 장비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칩4 동맹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한국에는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 반도체 기술의 성장이 지연될 때 차세대 기술력에서 우리가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칩4 본회의 참여를 놓고 미·중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정부가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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