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내년 새로 생기는 일자리수가 올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암울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일 분석한 취업자 수 증가세 전망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통계상 올해 취업자 수는 유난히 좋았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을 봐도 매번 전년대비 수십만명씩 취업자가 늘었던 게 대부분이다. KDI는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을 지난 5월엔 60만 명으로 예상했다가, 이번에 80만 명으로 올렸다.
그랬던 숫자가 내년엔 8만여 명으로, 10분의 1토막이 나게 된 것은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우려와 달리 비대면 업종에선 새로운 일자리가 대거 만들어졌다. 정보통신 취업자가 날개를 달았고 배달, 택배업 같은 운수업종도 폭풍 성장을 했다. 방역, 돌봄 같은 보건복지 분야 수요도 많았다. 팬데믹 특수가 끝나면서 이런 자리가 이제 사라지는 것이다. 핵심 노동인구(30~59세) 감소가 증가폭을 줄인 원인이라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KDI는 "인구구조 변화가 취업자 수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년이 처음"이라고 했다. 저출산·고령화 공포를 알리는 것으로 들린다.
일자리는 복합 위기 국면에서 심각한 걱정거리 중 하나다. 그동안 보기에 멀쩡했던 고용 통계도 내용을 보면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견인하는 불안한 구조였던 게 사실이다. 한창 일할 청장년층을 흡수할 양질의 자리는 찾기가 힘들었다. 4년제 대학 졸업생 70%는 사실상 구직단념 상태라는 조사 결과(전국경제인연합회)도 있었다. 이제 양도 줄고, 질은 더 악화되는 겹겹의 한파를 마주하게 생긴 것이다.
경기 하방 압력을 받는 기업들은 공장을 멈추고 생산을 줄이는 감산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거시경제의 3축 생산, 소비, 투자 '트리플 감소'로 성장 엔진은 꺼져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출마저 꺾였다. 전 세계적인 초긴축 행보로 사회 전체는 활력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고물가, 고금리가 무섭게 기업,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특단의 대책으로 숨통을 터줘야 채용 문이 열릴 것이다. 알짜 기업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전방위 정책 지원, 규제 완화에 정부, 정치권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일자리 미스매칭도 나아져야 한다. 경직된 노동 법규로 중기, 영세 업체들은 반대로 인력난을 호소한다. 획일적인 근로 조항들을 유연하게 푸는 일이 시급하다. 일자리에 실패해선 결코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없다. 국회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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