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이태원 참사] "우울증 굳어집니다, 트라우마 상담받으세요"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7 05:00

수정 2022.11.07 05:00

정부, 연령대별로 심리 상담 치료 지원
청소년 1388·대면상담 이용 크게 늘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글이 붙어 있다. 이태원역 앞 추모 공간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곳으로 지난 5일 종료된 국가 애도 기간과는 무관하게 운영이 계속된다. 뉴스1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글이 붙어 있다. 이태원역 앞 추모 공간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곳으로 지난 5일 종료된 국가 애도 기간과는 무관하게 운영이 계속된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요. 일이 손에 안잡히고 우울한 기분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태원 사고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상자와 그들의 가족, 현장 목격자, 구호활동자 등의 심리상담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중상·경상 등으로 치료를 받거나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 충격으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청소년, 성인 등으로 연령대를 세분화해 상담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참사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하루라도 빨리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개인차가 있지만 심리 회복은 보통 1~2년에 걸쳐 회복이 진행되는데 초기 1~3개월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회복 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트라우마 의심시 빠른 상담 필요"

7일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청소년상담 1388에 접수된 심리상담 건수는 이달 4일 10시 기준 445건이다.

특히 대면 상담이 242건으로 전체 상담 건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무선보다 직접 상담 건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사건의 트라우마가 컸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는 전화, 문자, 인터넷을 통한 상담이었다.

상담 내용은 사고 뉴스를 접하고 충격을 호소한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사고현장에 있었던 청소년이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친구 사망소식으로 장례식 참석을 원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고민하는 내용도 있었다.

여가부는 이태원 사고 이후 서울·경기 등 수도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특별상담실을 운영 중이다. 이번 사고를 목격하거나 친구·지인의 사고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청소년은 1388을 통한 전화, 문자상담이나 가까운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방문해 대면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국 244개 가족센터도 피해가족의 신속한 안정 및 회복을 위해 긴급 가족돌봄, 심리정서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트라우마, 치료 없으면 '우울증·수면장애' 우려

의료계도 이번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최근 회원들에게 '이태원 사고와 관련된 분들에게 신속한 치료적 개입(진료 패스트트랙)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경우 사고 관련자에게 최우선으로 예약을 잡고, 예약제를 운영하지 않는 경우 예약 후 방문으로 해 대기실에서 당사자 신원 노출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참사로 인한 정신건강 관련 상담의 문턱을 다소나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가족과 부상자, 대응 인력,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직접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로 누구나 상담 받을 수 있다. 필요에 따라 각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등으로 연계 받을 수 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어린 연령대일수록 (이번 참사와 같은) 자극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 없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에 없었던 학생이더라도 가용 (상담) 자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말수가 줄어드는지, 불안해하거나 예민해 하는지 잘 살펴보고 회복을 도와야 한다.

사망자가 발생한 학교 교사는 트라우마에 직접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사들도 학생뿐 아니라 자신들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서화연 서울 종로구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트라우마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안고 간다면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 2차 문제들이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초반에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던 사람들을 비난하는 등 오히려 참사 현장에 있던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심 센터장은 "비난이나 혐오는 피해 당사자들의 회복을 가로막는 2차 가해"라며 "지금은 사회 전반적으로 피해자를 위로하고 도우며 화합과 회복을 도모하는 메시지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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